[사설] 정부가 정해준 신용카드 수수료, 공정위는 가만있나

입력 2015-11-03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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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새누리당이 엊그제 당정협의를 하고 내년부터 전국 238만개 신용카드 가맹점의 수수료율을 지금보다 0.3~0.7%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가맹점 전체의 연간 수수료 부담이 6700억원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신용카드 회사가 가맹점으로부터 받는 수수료율이 당정협의에서 결정된다는 것이 좀 이상하지만 이는 엄연히 관련법에 따른 것이다.

국회는 2012년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을 개정해 3년마다 금융위원회가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신용카드사가 영세 상공인에게 높은 수수료로 횡포를 부리는 것을 막는다는 취지였다. 당시 한창 맹위를 떨치던 동반성장 바람의 신용카드 버전이었다. 이번에 당정이 수수료율을 업계 예상보다 더 낮춘 것도 영세·중소 상인의 부담을 덜겠다는 정치적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소상공인을 배려한다는 취지는 나무랄 이유가 없다. 문제는 시장에 맡겨야 할 가격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면 여러 골치 아픈 일과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우선 이렇게 국가가 직접 가격을 정할 셈이라면 시장도 공정거래위원회도 폐지하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아니면 금융위의 신용카드 수수료율 결정 행위야말로 담합으로 처벌해야 마땅하다. 공정위는 행정지도에 따른 담합은 처벌하고 법률에 근거한 것은 처벌하지 않는다는 생각이지만 설득력이 없다.

수수료 인하로 인한 카드사 수익감소가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문제다. 금융위원회는 카드사들의 수수료 인하 여력이 충분하다지만, 카드사들은 수익구조의 근간이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카드 부가서비스 축소나, 연회비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영세·중소 상인에 대한 수수료 인하는 신용카드사 입장에서는 소량 구매 고객은 우대하고 물건을 많이 사주는 고객은 푸대접하는 꼴이 되기도 한다. 한마디로 시장경제 원리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정부는 위헌 소지마저 있는 여전법으로 수수료율을 내렸다고 생색을 낼 게 아니라 가격결정 기능을 시장에 넘기는 것이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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