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결제계좌 이동 손쉬워지자 고객 붙잡기 안간힘
금리우대·수수료 면제 등 잇따라
대출 있을 땐 이동 신중해야
[ 박한신 기자 ]
직장인 박정인 씨(33)는 1년 넘게 A은행 월급통장 계좌에서 B은행 계좌로 매달 100만원가량을 이체하고 있다. 급여이체 통장은 A은행 계좌지만 B은행 계좌가 신용카드 결제계좌로 등록돼 있기 때문이다. 박씨는 이뿐만 아니라 보험금과 통신요금도 매달 자동이체 날짜에 맞춰 C은행으로 이체해야 한다. 바쁜 일상에 각종 계좌이체와 결제를 신경쓰는 것도 가욋일. 박씨는 몇 달 전 A은행으로 이들 자동이체를 다 모으려 했지만 보험사와 통신사, 카드사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결제계좌 변경신청을 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포기했다.
하지만 이제 박씨는 본인이 직접 보험·통신·카드사에 전화할 필요없이 금융결제원의 ‘페이인포(www.payinfo.or.kr)’ 사이트에 접속해 자동이체 계좌를 변경할 수 있다. 지난달 30일 이른바 계좌이동서비스 제도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결제계좌를 이동하는 데 있던 걸림돌이 사라지고 금융소비자들의 이동이 손쉬워지면서 고객들을 붙잡기 위한 은행들의 서비스는 더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은행들은 거래 실적에 따라 금리를 우대하고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등의 혜택을 내놓고 있다. 소비자들의 현명한 ‘금융거래 구조조정’이 필요해진 것이다.
거래 분산됐으면 계좌이동 적극 활용
소비자들은 계좌이동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위의 박씨처럼 이렇다 할 주거래은행 없이 A·B·C은행으로 금융거래가 분산돼 있으면 이를 하나로 모아주는 게 좋다. 은행들이 통신요금과 보험금, 각종 공과금과 카드결제대금 등 자동이체 건수에 따라 각종 수수료 면제와 금리우대 혜택을 주는 주거래패키지 상품들을 내놨기 때문이다. 통신사들이 휴대폰 서비스와 인터넷·TV 등 서비스를 결합하면 요금을 할인해주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국민은행은 통장, 카드, 적금, 대출로 구성된 KB ONE 컬렉션을 선보였다. 네 개 상품 중 두 개 이상 가입하면 혜택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예컨대 카드상품에 가입하고 카드결제 자동이체를 이 상품 통장 계좌로 연결하면 카드 포인트 적립률이 최대 2%포인트 높아진다. 신한은행 주거래 온가족 서비스는 급여이체, 신한카드 결제, 공과금 자동이체 등의 조건을 가족 중 한 명만 만족하면 4명까지 온 가족에게 무제한 수수료 면제혜택을 준다.
KEB하나은행의 행복노하우 주거래 우대통장은 급여·연금이체, 카드결제, 아파트관리비·공과금 이체 중 한 가지만 충족해도 인터넷·스마트뱅킹 수수료와 하나은행 자동화기기 수수료를 무제한 면제해준다. 2개 이상 조건을 충족하면 다른 은행의 자동화 기기 및 창구이체 수 値巢?최대 10회까지 면제한다
우리은행이 내놓은 웰리치 주거래통장은 혜택 무제한 이월제를 도입했다. 실적에 따른 수수료 면제 횟수를 다 채우지 않아도 계속 이월돼 유효기간 없이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급여·연금 이체, 관리비·공과금 자동이체, 우리카드 결제 중 두 가지 이상 조건을 충족하면 이 같은 혜택을 제공한다.
적금에 가입하거나 대출받을 계획이 있을 때도 주거래패키지 상품을 이용하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KEB하나은행의 하나멤버스 주거래 우대적금은 급여와 아파트관리비 이체 등 실적에 따라 최고 1.5%포인트까지 금리를 올려준다. KB국민ONE적금은 거래실적에 따라 최대 연 0.9%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신한은행의 주거래 생활비 대출은 예금이나 카드 등 가입 실적에 따라 최대 연 0.9%포인트까지 대출금리를 깎아준다.
기존 은행에 대출 있으면 이동 신중해야
하지만 박씨의 경우와 달리 기존에 오랫동안 거래해 온 주거래 은행이 있거나, 해당 은행에서 우대금리를 적용받아 대출을 받은 경우엔 섣불리 계좌를 이동해선 안 된다. 은행들이 이미 대출에 우대금리를 적용한 것은 그동안의 급여 이체 여부와 자동이체 건수, 신용카드 사용 실적 등이 근거가 됐기 때문이다.
이를 다른 은행으로 이동하면 현재 받고 있는 대출금리가 올라갈 수 있다. 이를 근거로 면제했던 수수료도 다시 생길 수 있다. 대출이 있는 경우엔 계좌를 옮기기 전 기존 은행에 우대금리 적용요건을 꼼꼼하게 문의하는 게 좋다.
신규 대출을 받을 때도 마찬가지다. 신규 대출 때도 그동안의 은행 거래 기간과 실적을 평가해 금리를 책정하는 은행이 많다. 맘?이 경우 계좌이동을 했다면 금리가 더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기존 은행과 오랫동안 거래하면서 큰 불만이 없는 경우엔 거래은행을 그대로 두는 게 바람직하다.
대출 등 기존 거래가 없어 계좌이동을 결정할 때도 은행을 신중히 고르는 게 좋다. 이동 후 패키지 상품에 가입해 해당 은행과 거래가 심화되면 다시 이동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처음 은행을 바꿀 때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곳을 신중히 선택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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