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이 공룡을 집어삼켰다. 말 그대로 빅딜이었다. 액티비전 블리자드가 킹 디지털 엔터테인먼트(이하 킹닷컴)를 59억달러(한화 약 6조6823억원)수한다는 소식은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로 인해 블리자드는 세계 1위(매출 기준)인 중국 텐센트에 이어 일약 2위 게임사로 껑충 뛰어올랐다.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내놓기만 하면 날개돋친듯 팔려나가는 콘솔 분야 최고의 인기게임 '콜오브듀티' 시리즈를 보유한 회사다. 뿐만 아니라 PC 플랫폼에서도 MMORPG '월드오브워크래프트'를 비롯해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 '디아블로' 등 '팬덤'을 거느리는 쟁쟁한 빅히트게임을 자랑한다. 시장조사기관 뉴주(Newzoo)가 발표한 2015년 글로벌 연매출 순위에서는 5위를 차지했다.
세계 월간 3억 회 이상 접속하는 인기 게임 '캔디크러쉬사가'의 킹닷컴도 만만치 않다. 최근 들어 매출이 다소 주춤하긴 償嗤? 북미 모바일게임 매출순위 Top 5에 '캔디크러쉬사가', '캔디크러쉬소다사가' 2개의 게임을 포함시키며 저력을 과시중인 신흥 강자다. 뉴주의 연매출 순위에서도 쟁쟁한 기업들을 제치고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모바일게임 개발사로서는 최고로 높은 순위다. 이는 넥슨(11위)과 닌텐도(12위)보다 높다. 최근에는 한국기업 상대로 낸 '캔디크러쉬사가' 저작권 침해 소송에서 승소하며 그 영향력을 톡톡히 떨치기도 했다.
이 두 공룡기업이 통합되면서 전 세계 게임시장의 판도는 크게 뒤집힐 전망이다. 두 기업의 매출을 합치면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마저 제치고 2위로 올라선다(게임매출 기준). 사실상 텐센트의 독주를 막을 유일한 대항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재미있는 것은 텐센트가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대주주의 하나이기도 하다 는 것).</p>
그동안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콜오브듀티: 히어로즈', '콜오브듀티: 좀비', '콜오브듀티: 블랙옵스좀비', '콜오브듀티: 스트라이크팀', '하스스톤: 워크래프트의영웅들' 등 자사의 유명 IP를 활용한 대작 모바일게임을 연이어 출시하며 모바일 플랫폼에서의 입지를 다지려고 애썼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한 수준이었다. 체 用》뭏?한 '하스스톤: 워크래프트의영웅들'을 제외하고는 기대 이하의 성적이라는 평가만 받았다. 액티비전 블리자드 총매출에서 모바일이 차지하는 비중은 5% 정도. 점차 성장하는 모바일 시장의 잠재력을 생각하면 액티비전 블리자드가 느꼈을 조바심이 짐작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간단하고 확실한 해결책은 성공한 다른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액티비전 블리자드처럼 초대형 게임사가 뒤늦게 모바일게임 시장에 뛰어들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 방법이 M&A"라며 "캔디크러쉬사가라는 거대한 모바일 유저풀을 가진 킹닷컴이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뒤늦은 시장 진출이라는 핸디캡에 별다를 것 없는 게임만 내놓으며 번번이 죽을 쑤던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결국 킹닷컴 인수를 택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어찌됐든 모바일 플랫폼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게 된 셈이다.</p>
사실 액티비전 블리자드가 킹닷컴을 흡수했다고 해서 출시되는 게임에 눈에 띄는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액티비전과 블리자드가 합병을 한 이후 '콜오브크래프트'가 나온 적이 없듯이, 이번 인수합병 이후에도 '질럿크러쉬사가'나 '캔디크 ′좟?가 나올 확률은 매우 희박하다. 애초에 인수합병의 목적은 IP간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새로운 게임을 만들기 위함이 아니다.
이번 인수합병을 통해 액티비전 블리자드가 얻은 것은 유저풀의 양적, 질적 향상이다. 킹닷컴은 지난해 4분기 기준 월간 접속횟수가 3억회에 달하는 대규모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기존 네트워크와 합산하면 5억 이상의 액티브 유저를 보유하게 된다.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자사의 주요 프랜차이즈와 최대 규모의 모바일 게임 커뮤니티가 결합하여 다양한 유저들에게 크로스 프로모트 콘텐츠(cross-promote content)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그 콘텐츠가 무엇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무엇이 됐든 기대할 만해 보인다.
또 하나 유의깊게 볼 점은 유저층의 다변화다. 그동안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매우 남성중심적이고 하드코어한 게임을 서비스해왔다. 반면 킹닷컴의 포트폴리오는 캐주얼게임에 치중되어 있으며, 여성유저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남성유저와 여성유저, 하드코어와 캐주얼을 모두 보유한다는 것은 곧 안정적인 매출 확보를 의미한다.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는 예측할 수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성장모멘텀 확보로 당분간 안정적인 성장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동안 라이벌이자 앙숙이었던 EA에 비해 모바일게임 매출 비중이 적다는 점, 유저층이 한쪽으로 쏠려있다는 점 등이 치명적인 단점으로 지적되었는데, 킹닷컴 인수를 통해 이러한 문제들이 완전히 해소되어버렸다. 앞으로는 EA가 아니라 텐센트와 비교해야 될지도 모를 일이다.
공교롭게도 최근 들어 게임업계의 빅딜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 2013년 소프트뱅크 계열 겅호온라인의 '클래시오브클랜'로 유명한 슈퍼셀 인수가 그랬고, 올해 중국에서 세기화통의 '열혈전기' '미르의 전설2' 으로 유명한 샨다게임 인수가 그랬다.
게임산업도 엔터테인먼트 산업이라서 아마 앞으로도 비슷한 일이 계속될 것이다.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흥미진진한 일이 아닐 수 없지만, 한편으로는 공룡기업들만이 살아남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씁쓸하기도 하다.</p>
서동민 한경닷컴 게임톡 기자 cromdand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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