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친 국제유가, 반가운 美 '결자해지'…올해 남은 변수는?

입력 2015-11-04 14:48  

[ 박희진 기자 ]
국제유가 폭락을 일으킨 미국발(發) 초과 공급 이슈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내년 국제유가 시장을 바라보는 전망도 다소 밝아지고 있다.

유가 하락에 직격탄을 맞은 미국 셰일오일 업체들이 속출하면서 원유 생산량이 축소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선성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4일 '초과 공급 완화의 실마리 찾기'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글로벌 초과 공급 사태를 주도한 미국에서 최근 결자해지(結者解之) 움직임 나타나고 있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美 원유 생산량·시추공 수↓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유가 폭락의 주요 배경은 글로벌 수급 불균형이었다. 정체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넘쳐나면서 상품 가격이 하락했다.

특히 미국은 셰일오일 생산 확대에 힘입어 지난해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부상했고, 주요 산유국들 역시 생산을 줄이지 않았다. 이로 인해 원유는 지난해 1월부터 현재까지 단 한 번을 제외하고 계속 월간 기준 초과 공급을 나타내고 있는 상황.

그러나 최근 미국에서 유가 하락 직격탄에 벼랑 끝으로 몰린 셰일오일 업체들이 시장을 떠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수익성과 재무건정성이 동시에 악화되면서 올 들어 파산하는 셰일오일업체들이 속출하고 있다는 것. 하반기 들어서는 규모가 작지 않은 중견업체까지 파산 신청에 나섰다.

선 연구원은 "초과 공급 이슈를 푸는 첫 단추는 미국 셰일오일업체들이 될 것"이라며
"가격 하락에 가장 취약한 곳에서 한계기업 퇴출을 통한 공급량 조절이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미국 원유 및 석유제품에 대한 통계 자료에서도 긍정적인 신호가 확인되고 있다.

미국 일간 원유 생산량은 지난 6월 사상 최고치인 960만배럴까지 올랐다가 현재 910만 배럴 수준으로 축소됐다. 원유 시추공 수(rig count)도 지난해말 고점 대비 절반으로 쪼그라들었다.

천원창 신영증권 연구원은 "시추공 수 변화가 원유 생산에 영향을 주는 데는 2~3개월의 시차
가 있다"며 "시추공 수가 지난 9월부터 감소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원유 생산 축소 효과는 이달 이후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원유 재고 증가세는 점진적으로 둔화되고 있으며 휘발유 재고는 시장 기대 이상의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달 19~23일 미국 휘발유 재고량은 전주 보다 110만 배럴 감소했다. EIA는 이날 밤 지난주 원유 재고를 발표할 예정이다.

손재현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휘발유 재고가 예상보다 더 큰 폭으로 감소하고, 원유재고 증가폭이 줄어든다면 유가는 상승을 시도할 것"이라며 "특히 WTI의 현물 인수지점인 오클라호마 쿠싱의 원유 재고가 감소하는 지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상 쿠싱 원유 재고의 증감은 WTI 가격에 미치는 영향력이 미국 전체 원유 재고보다 강하다.

◆美 금리 인상·OPEC 회의 등 변수

미국발(發) 공급 부담 완화 기대는 긍정적이지만 국제 유가 흐름을 좌우할 주요 변수들이 남은 상태다.

오는 6일 발표되는 미국 10월 고용지표는 연내 미국 금리인상 여부를 가늠하게 한다는 점에서 유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0월 고용지표가 개선되면 금리인상 가능성이 재부각되고 달러화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음달 4일 열리는 석유수출기구(OPEC) 정례회의도 눈여겨 볼 이벤트다.

손 연구원은 "다음달이 가까월 올 수록 OPEC의 원유 생산 정책과 전망이 유가에 대한 영향력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며 "OPEC이 오는 회의에서 감산을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은 많지 않다"고 밝혔다.

내년 1분기 이란 핵협상 타결에 따른 물량 유입도 부담이다. 때문에 내년에는 이란 물량 유입과 미국 금리 인상 영향권인 연초보다 중후반으로 갈 수록 원유 가격의 탄력적 반등이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선 연구원은 "초과 공급 자체가 단기간 내 해소될 가능성은 낮지만 현재 유가가 초과 공급 상황을 이미 반영한 수준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며 "초과 공급이 추가로 심화되지 않고 조금이라도 완화될 조짐을 보일 경우 가격 반등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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