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조 '나라살림 심사' 스톱…올해도 날림·졸속 예고

입력 2015-11-0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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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국회 보이콧에 예산조정소위 구성조차 못해

예산심사 20여일 남았는데
예결위, 연일 교과서 공방만…상임위별 심사 일정도 못잡아
새누리 "야당 계속 불참 땐 예결위 단독으로 진행할 것"



[ 이정호 기자 ]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에 반발하는 새정치민주연합이 모든 국회 일정을 거부하면서 386조원에 달하는 내년도 예산안의 국회 심사도 이틀째 멈춰섰다. 심사를 진행하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에 주어진 20여일의 일정도 줄줄이 틀어지고 있다. 매년 되풀이된 예산안 부실·졸속 심사가 올해도 재연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점점 꼬이는 예산심사 일정

국회 예결위는 지난달 28일 첫 전체회의를 열고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이후 3일간 황교안 국무총리를 상대로 종합 정책질의를 벌였지만 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둘러싼 여야 간 지루한 공방만 이어졌다.

경제부처 대상 예산 심사가 예정됐던 지난 3일부터는 야당의 보이콧 선언으로 예결위 가동도 중단됐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안전행정위원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등 아직 예결위에 예산안 예비심사 보고서를 넘기지 못한 상임위원회도 야당 의원들의 불?통지로 관련 회의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연말 예산국회 일정이 이처럼 파행을 거듭하면서 예결위가 정해놓은 심사 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예결위는 당초 5일까지 정부부처별 심사를 끝내고 9일부터 예산 증·감액 작업을 벌이는 예산조정소위원회(옛 계수조정소위)를 운영할 계획을 세웠다. 야당의 의사일정 보이콧이 장기화하면 예산안조정소위 구성이 지연될 수밖에 없고 결국 시간에 쫓겨 날림 심사를 할 수밖에 없게 된다.

작년부터는 개정국회법인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법정시한(12월2일)을 어기면서까지 예산안을 붙들고 있는 것 자체가 아예 불가능해졌다. 국회선진화법은 국회가 11월30일까지 예산안 심사를 마치지 못하면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 원안을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예결위 관계자는 “예산조정소위는 보통 1주일에서 길게는 10일씩 증·감액 심사에 배분하는데 소위 출범이 늦어지면 이 기간이 짧아지고, 예산안 전체를 면밀히 살펴볼 시간도 사라진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단독으로 예결위 열 것”

예결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은 5일부터 여당 단독으로 예결위를 진행하겠다며 새정치연합을 압박했다. 예결위 여당 간사인 김성태 의원은 4일 기자회견을 열고 “11월30일까지 한정된 예결위 심의기간에 깊이 있는 논의를 하려면 예결위가 정상화돼야 한다”며 “야당은 4일까지 반드시 예결위에 복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경 예결위원장도 “서민 살림살이가 더욱 팍팍해지는 가운데 예산심사와 관계없는 안건으로 예결위가 공전사태를 보여주고 있는 데 대해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새정치연합 의원들이 계속 회의에 들어오지 않아 차질을 빚으면 위원장으로서 특단의 조치를 내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여야 일각에선 다음주 초 예산안조정소위 가동 시점에 맞춰 야당 의원들이 제한적으로 예결위에 복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회 관계자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각 지역구와 총선용 예산을 증액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야당이 그냥 버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누리과정 예산을 놓고 본회의 통과 마지막 날까지 진통을 겪었던 작년처럼 난항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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