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 후 CJ헬로비전 인수 결정…동대문에 신규 면세점 출사표도
일각선 "2차 사업재편 곧 진행"
[ 송종현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강한 SK’를 부활시키기 위해 잇따라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SK텔레콤은 최근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CJ헬로비전을 최대 1조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최 회장이 지난 8월 광복 70주년 특별사면을 받은 지 2개월 반, SK하이닉스를 인수한 지 2년9개월 만에 성사시킨 대규모 인수합병(M&A)이다. 최 회장은 7월 고배를 마신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자 선정에도 다시 ‘도전장’을 내밀었다.
○3대 주력사업 강화의 완결판
최 회장은 8월 특별사면을 받으면서 “SK가 잘하는 에너지·통신·반도체 분야에 주력해 국가 발전에 공헌하겠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이런 맥락에서 경영 현장에 복귀하자마자 SK하이닉스에 총 46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에너지 분야를 활성화하기 위해 해외시장도 적극 공략하고 있다. SK루브리컨츠는 스페인 렙솔과 합작해 카르타헤나 공장을 9월22일 준공했다. 총 3억3000만유로를 투자해 지은 이 공장에서 연 63만의 윤활기유를 생산, 유럽의 메이저 윤활유 회사에 판매하고 있다. SK종합화학과 사우디아라비아 석유화학기업 사빅의 합작법인인 SSNC는 지난 7일 울산 울주군에 연산 23만 규모의 ‘넥슬렌’ 공장을 준공했다.
이번 CJ헬로비전 인수는 최 회장이 공언한 3대 주력사업 강화의 완결판이다. 2010년 6억2731만원이었던 SK텔레콤의 직원 1인당 영업이익은 4억2913만원으로 감소했다.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을 인수해 미디어 사업을 강화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시장에선 최 회장이 다음 수순으로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2차 사업 재편 ‘카드’를 꺼낼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SK하이닉스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 SK텔레콤을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로 분할한 뒤 투자회사를 그룹 지주회사인 SK(주)와 합병하는 시나리오다. 이렇게 되면 SK의 지배구조는 ‘SK(주)→SK텔레콤, SK하이닉스’로 단순해진다. 최 회장의 지배력이 강화되고, SK하이닉스의 공격적인 M&A가 가능해진다.
공정거래법상 손자회사(SK하이닉스)는 증손회사의 지분 100%를 보유해야만 하기 때문에 현재 SK의 구조로는 SK하이닉스가 M&A에 공격적으로 나서기 쉽지 않다.
○강한 SK로 거듭난다
2013년 1월부터 2015년 8월까지 최 회장 공백 기간에 SK는 대형 M&A나 사업권 획득 경쟁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2013년 SK텔레콤이 ADT캡스 인수전에 참여했다가 중도 포기했고, SK E&S는 같은 해 옛 STX에너지 인수 의사를 밝혔다 철회했다. 올해 초에는 SK네트웍스가 렌터카 업계 1위인 옛 KT렌탈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롯데그룹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재계는 SK가 CJ헬로비전 인수를 계기로 달라진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관세청이 11월 중순 선정할 예정인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자 입찰에서 기존 워커힐 면세점 사업권을 지키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됐던 SK네트웍스는 예상을 깨고 동대문에 추가로 한 곳을 더 확보하겠다고 나섰다. 최 회장은 요즘 “강한 SK로 거듭나야 한다”는 요지의 발언을 많이 하고 있다.
지난달 28일부터 2박3일 동안 제주도에서 전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SK CEO 세미나’에서 최 회장은 “치열함과 냉정함을 갖춘 강한 기업문화, 파괴적 혁신 등을 통해 최근 악화된 경영환경을 돌파하자”고 강조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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