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다름은 건설적 에너지

입력 2015-11-04 18:39  

흑백논리에 빠져 있는 한국
수용과 협력으로 발전 이끈
스위스의 포용정신 본받아
후대 위한 새 미래 설계해야

김성주 < 대한적십자사 총재 kimsungjoo@redcross.or.kr >



지금 한국은 흑백논리의 사회다. 아직 전근대적인 선과 악, 옮음과 그름의 잣대만이 횡행한다. 이 때문에 상호 신뢰가 무너져버렸다.

스위스를 떠올려 보자. 전라도와 경상도를 합친 것보다 작은 국토에 인구는 808만여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올해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국가경쟁력 1위, 1인당 국내총생산(GDP) 8만4000달러에 이르는 강국이다.

스위스는 국토의 70%가 산이다. 기후도 서늘해 농업이 발달하지 못했고, 그저 낙농업과 타국에 용병 보내기로 연명했다. 19세기 말까지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로 꼽혔다. 그뿐만 아니다. 26개주가 모인 연방국가 스위스는 공용어만 4개(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레토로망슈)에 달한다. 민족도 4개 언어권 모두 다르다. 독일과 프랑스 등 강대국들 사이에 껴 있다.

이런 스위스가 지금처럼 성장한 배경은 개신교 정신에 입각한 지혜와 협력에 있다고 본다. 척박한 자연환경에 굴복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관광자원으로 키웠다. 고립된 지역적 특성?활용해 시계를 비롯한 정밀기계산업을 육성했다. UBS와 크레디트스위스 등 글로벌 대형 은행들도 스위스 국적이다. 스위스인들은 금욕주의와 직업에 대한 소명의식을 강조한 칼뱅의 신앙 이론을 바탕으로 민족과 언어를 뛰어넘은 대타협을 이뤄냈다. 관광업과 시계, 금융 등을 육성하겠다는 방안도 서로 다른 배경의 사람들이 한데 모여 머리를 맞댄 끝에 나온 토론과 이해의 산물이었다.

스위스 사회 특유의 신뢰와 포용은 스위스 출신의 장 앙리 뒤낭을 통해 적십자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국제적십자운동은 국적과 인종, 종교, 이념을 넘어 인간의 고통 경감과 생명보호를 위해 세계 189개국이 함께 인도주의 활동을 펼치며 152년간 지속되고 있다.

우리의 후손이 물려받을 한반도의 운명과 한민족의 미래는 우리가 지금부터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리 결정될 것이다. 우리가 지혜롭고 훌륭한 조상이 되기 위해선 서로가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고 이를 건설적인 에너지로 승화시켜야 한다. 그 실천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이렇게 하는 것만이 우리 모두가 행복해지는 선진시민사회를 만들고, 세계가 부러워하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우리의 미래 세대가 자부심을 가지고 살게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사회적 기초자본을 조성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김성주 < 대한적십자사 총재 kimsungjoo@redcross.or.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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