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수 전주시장 "전주는 한국의 전통문화 수도"

입력 2015-11-05 07:00   수정 2015-11-07 02:42

김승수 전주시장 인터뷰

"전주 미래 먹거리, MICE·탄소산업에 달렸다"

대형 전시·컨벤션센터 건립 추진…제주도 맞먹는 'MICE 빅2' 기대
탄소 관련 기업 100곳 추가 유치해 지역 일자리와 부가가치 창출할 것
10여년간 급성장한 한옥마을, 정체성 살리고 콘텐츠 강화할 것



[ 마지혜 기자 ]
“전주 한옥마을은 전주를 넘어 한국 전체를 대표하는 관광지로 발돋움했습니다. 서울이 한국의 행정수도라면 전주는 한국 전통문화의 수도라고 자부합니다.”

김승수 전주시장(사진)은 지난달 22일 전주시청 시장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전주를 찾아오는 관광객이 해마다 크게 늘어나는 건 전주가 한국의 맛과 멋을 오롯이 담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전북 토박이인 김 시장의 목소리에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그 자부심의 원천에는 한옥마을이 있다. 김 시장은 “교동·풍남동 일대에 700여채의 한옥이 마을을 이룬 한옥마을은 전주의 역사와 문화를 집약적으로 담고 있는 곳”이라며 “한식과 한복, 한지, 판소리 등 한국의 전통문화를 모두 체험할 수 있는 거대한 전통 박물관”이라고 소개했다.

한옥마을의 급부상 시점에 시정을 맡은 김 시장은 전주 관광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그는 “한옥마을 관광객이 지난해 592만명을 기록하고 이제 최정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며 “한옥마을이 고유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지속 가능한 전통문화 관광 거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관리·운영에 힘쓰고 한옥마을 내부에 콘텐츠를 강화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MICE(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산업 육성도 추진 중이다. 김 시장은 “현재 건립을 추진 중인 전시·컨벤션센터가 2018년 말 완공되면 전주는 역사문화 자원을 토대로 제주에 버금가는 MICE산업의 중심지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전주의 시대’. 김승수 전주시장(사진)은 이렇게 평가했다. 번영의 물줄기가 다시 전주를 휘감고 있다는 것이다. 옛 농경시대에 전주는 전북 서반부에 퍼져 있는 호남평야 덕에 여느 곳보다 풍요로운 땅이었다. 1960~1980년대 산업화 시대에는 경제개발에서 소외되면서 상대적 낙후를 경험했다. 하지만 사회 발전에 따라 빠른 속도와 첨단보다 느림과 옛것이 희소해지면서 오히려 옛스러운 자연과 문화를 간직하고 있는 전주가 외지 사람들로부터 각광받기 시작했다. 김 시장은 “생태와 환경, 지속 가능성의 중요성이 커지자 느리지만 여유가 있는 전주의 가치가 부상했다”고 말했다.

한옥마을, ‘애물단지’에서 ‘관광의 꽃’ 되다

‘전주의 시대’를 이끈 주역은 역시 한옥마을이다. 김 시장은 “서울 북촌과 경북 안동 등에서도 한옥을 볼 수 있지만 사람이 살고 있는 생활문화 그대로가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한옥은 전주 한옥마을이 유일하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는 “1930년 전후로 형성된 한옥마을을 시와 주민들이 이제까지 잘 지켜온 덕에 오늘날 한옥마을이 전주 관광의 꽃으로 피어날 수 있었다”고 했다. 한옥마을 보존의 역사가 순탄치만은 않았다. “한옥마을은 한때 주민들에게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1977년 중앙정부가 한옥마을 일대를 한옥 외 건축을 규제하는 한옥보존지구로 묶으면서 개발에서 소외된 탓이다. 김 시장은 “외부 지역은 급격히 현대화돼 가는데 한옥마을은 정체돼 있으니 돈이 있는 사람들은 아파트로 떠나갔다”며 “한옥에 남은 원주민들은 지붕에서 비가 새도 못 고치고 바닥에 양동이를 놓고 살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그랬던 한옥마을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온 것은 김완주 전 시장이다. 1998년 취임한 김 전 시장은 2002년 한·일 월드컵 경기의 전주 유치가 국내외에 전주를 알릴 기회라고 판단하고 한옥마을 정비를 시작했다. 한옥마을을 다섯 개 지구로 나눠 각 거점을 특색 있게 활성화하고 태조로·은행로 등 현재 한옥마을의 동·서 축이 되는 길을 정비했다. 낡은 한옥마을 경관을 개선하기 위해 주민들의 한옥 신축 또는 수선에 대해 공사비용을 최대 3분의 2까지 지원하기도 했다. 김 시장은 당시 김 전 시장의 수행비서?일하면서 이 같은 한옥마을 기틀 마련 과정에 손발 역할을 했다.

2005년에는 전주를 전통문화도시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한옥마을 브랜드화에 박차를 가했다. 김 시장은 “1998~2006년 김 전 시장이 한옥마을 발전의 밑그림을 그리고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시정을 맡은 송하진 전 시장이 한옥마을을 번성시켰다”며 “한옥마을의 경관과 역사문화적 콘텐츠를 정비하는 작업을 10여년간 꾸준히 진행한 결과 이제 완전히 자리가 잡힌 듯하다”고 평가했다.

새 과제는 ‘지속 가능성’ 확보

바통을 이어받은 김 시장은 관광지로서의 ‘지속 가능성’ 확보에 중점을 두고 있다. 지난 10여년간 급성장한 한옥마을이 이제 위기와 도전을 맞았다는 판단에서다. 김 시장은 “한옥마을 역시 도시 재생을 이룬 여느 도시처럼 낙후지역이 번성함에 따라 임대료가 오르고 정작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인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을 겪고 있다”며 “최정점을 향해 달려가는 한옥마을이 지속 가능한 관광지가 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내게 주어진 과제”라고 밝혔다. 그는 “원주민이 떠나면 한옥마을은 생활한옥촌이라는 정체성을 잃고 밤이면 텅 빈 거리에 불빛과 쓰레기만 남는 죽은 도시가 될 것”이라며 “원주민의 정주를 돕기 위해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11월엔 ‘한옥마을 수용태세 개선 종합계획’을 세웠다. 한옥마을에 새로운 뭔가를 추가하기보다는 교통 숙박 위생 한옥관리 등 여러 여건을 개선해 한옥마을의 전통문화 관광지로서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하는 계획이다. 김 시장은 “시설 건립 등 양적 팽창 전략에서 질적 성장 전략으로 전환하고 주민의 삶의 질과 관광객들의 정신적 만족도를 높여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옥마을 내부의 콘텐츠는 더욱 강화한다. “한옥마을이라더니 길거리 음식점과 숙박시설만 보이더라”는 일부 관광객의 지적을 수용한 것이다. 김 시장은 “이제까지는 한옥마을의 관광객 폭증에 대응하기 위해 시가 소유한 공공시설 상당수를 숙박시설로 써 왔지만 이제 한옥마을에 숙박업소가 충분히 늘어났으므로 내년부터는 이를 공예작가들이 입주할 수 있는 공방으로 바꾸는 등의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옥마을에만 쏠린 관광 수요를 외부로 확산시킬 계획이다. 한옥마을의 혼잡을 덜고 주변 지역에 낙수효과가 미치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김 시장은 “수년째 전주시 관광객 중 한옥마을 관광객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70%에 달하고 있다”며 “관광객의 동선을 남부시장, 풍남문, 전라감영, 한국전통문화전당, 국립무형유산원 등 인접 원도심으로 확장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관광 거점을 개척하는 작업도 추진 중이다. 1978년 개원한 전주동물원에서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쇠창살을 제거해 자연 서식지와 최대한 유사한 생태동물원으로 바꾸는 작업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12월 생태 전문가와 환경단체 대표 등으로 협의체를 구성해 전주생태동물원의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고 있다. 연꽃이 아름다운 호수를 가진 덕진공원을 한옥마을과 연계한 제2의 관광명소로 개발하기 위?용역도 추진하고 있다.

‘공격’과 ‘방어’로 지역경제 살릴 계획

김 시장은 ‘공격’과 ‘방어’라는 두 측면에서 전주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공격적으로 추진할 분야로는 MICE(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산업과 탄소산업을 꼽았다. 김 시장은 “혁신도시에 공공기관들이 이전해오면서 전시·회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이미 문화관광 자원의 수준을 인정받은 전주는 MICE산업에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시는 현재 덕진동 종합경기장 부지에 대규모 전시·컨벤션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다. 김 시장은 “호텔 전문 브랜드 라마다가 전주에 짓고 있는 330실 규모의 라마다호텔이 내년 말 완공되면 고급 호텔 공급도 갖춰져 2018년 센터 완공 시점엔 전주가 제주도와 쌍벽을 이룰 컨벤션 중심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탄소산업 역시 전주가 역점을 두고 있는 분야다. 전라북도와 전주시는 2006년 전주 팔복동에 기계탄소기술원(현 한국탄소융합기술원)을 세우고 탄소산업 전문인력 양성과 신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2008년 시와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한 화학섬유기업 효성은 2013년 일본과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고강도 탄소섬유 ‘탄섬’ 개발에 성공하기도 했다. 현재 전주에는 효성 외에 63개 기업이 둥지를 틀고 탄소산업을 키워나가고 있다. 김 시장은 “2020년까지 대기업 2개와 중소기업 100개를 추가 유치해 일자리와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쩌?전주시장은

△1969년 전북 정읍 출신 △이리고, 전북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전북지사 비서실장 △전라북도 정무부지사 △전북도청 대외협력국장 △제38대 전주시장(현재)

전주=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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