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손끝으로 통제하는 감동의 하모니…명지휘자에게 배우는 리더십

입력 2015-11-05 18:14  

마에스트로 리더십

이타이 탈감 지음 / 이종인 옮김 / 세종서적 / 264쪽 / 1만4000원



[ 송태형 기자 ]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올라서는 자그마한 지휘대는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한 공간이다. 이 단상에 선 마에스트로는 다양한 악기를 연주하는 수십명의 단원을 이끌어 감동적인 음악을 선사한다. 철학자 엘리아스 카네티와 마에스트로 앙드레 프레빈은 지휘자의 역할과 일에 대해 전혀 다르게 묘사했다. 카네티는 “연주를 지휘하는 동안 지휘자는 ‘세상의 지배자’가 된다”고 했고, 프레빈은 “지휘자의 역할은 같은 속도, 같은 음량으로 모든 연주자를 연주하게 하는 ‘교통 경찰관’과 같다”고 했다.

지휘는 이처럼 연주에 들어있는 수많은 세부 사항을 잘 관리해 안전을 보장하는 요소와 규칙을 준수하는 단순한 악기의 총합을 넘어 살아있는 실체가 되게 하는 창조의 요소를 포함한다. 지휘자는 소속 단원들을 잘 통제하고 관리하는 동시에 그들의 창의적 자유를 극대화해야 한다.

이스라엘 출신의 오케스트라 지휘자 이타이 탈감은 《마에스트로 리더십》에서 연주뿐 아니라 거의 모든 분야의 관리자와 지도자들이 맞부딪히는 이런 리더십의 딜레마를 ‘위대한 지휘자’들이 어떻게 해결하고 훌륭한 음악을 창조해 냈는지 보여준다.

이스라엘 필하모닉, 파리 오케스트라,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등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마에스트로로 유명한 탈감은 기업과 비영리재단, 대학 등에서 협력과 리더십에 대해 가르치는 ‘사람의 지휘자(conductor of people)’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수십년 동안 지휘대에 서서 오케스트라를 지휘해온 경험과 TED(미국의 비영리 지식나눔 강연 행사) 강연을 통해 얻은 영감, 명지휘자들의 공연 녹화 비디오를 비(非)음악 분야 종사자들에게 보여주면서 깨달은 리더십의 핵심 등을 책에 녹여냈다.

저자는 ‘경영의 마에스트로’가 되기 위한 세 가지 핵심요소로 ‘무지(ignorant)’ ‘간격(gap)’ ‘으뜸음 듣기(keynote listening)’를 제시한다.

아무리 뛰어난 지도자라고 하더라도 모든 상황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며 자신이 무지하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고 문제 해결에 나서면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 저자가 여기서 말하는 ‘무지’와 고전적 의미의 무지와 다르다. 무지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알고 있지 못한 것을 잘 구분할 줄 아는 지혜다. 나아가 기존에 알고 있는 지식으로 결과를 예측하지 않는 마음을 갖는 것이다. 지도자들은 그들의 지식에 의존하지 않고, 탐색의 결과를 예측하지 않으면서 미지의 땅으로 뛰어들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미리 예측하면 새로운 지식을 발견할 기회를 망쳐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리더들이 무엇보다 ‘간격’을 잘 다루고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도자와 부하 사이에는 다양한 간격이 존재한다. 의사소통의 간격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같은 내용을 다르게 해석할 때 발생한다. 지도자는 그런 간격이 언제나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것을 어떻게 해석해 잘 처리할 것인지 창의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간격은 지도자를 제약하는 장애가 아니라 혁신의 원천이자 새로운 관점을 얻는 길이 된다.

‘으뜸음 듣기’는 무지와 간격을 포용하는 지도자가 되기 위한 핵심적인 행동 양식이다. 으뜸음 듣기는 다른 사람의 말을 집중해서 잘 들어주는 훌륭한 청자(聽者)의 자세를 넘어 대화의 핵심을 정확히 파악하고 비언어적 메시지까지 읽어내는 것을 의미한다. 지식을 전달하는 데 집중하는 ‘으뜸음 화자’와 정반대로 ‘으뜸음 청자’는 대화를 창조하는 데 집중한다. 으뜸음 듣기는 의견 교환의 공간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바탕으로 아이디어를 형성한다. 훌륭한 리더는 사물을 이해하고 더 깊은 의미를 발견하는 도구로 귀를 활용한다.

저자는 책 후반부에 뚜렷이 구별되는 리더십을 가진 여섯 명의 마에스트로를 수식어를 붙여 소개한다. ‘최고의 효율성을 만들어내는 독재자’ 리카르도 무티, ‘조직을 단결시키는 권위 있는 아버지’ 아르투로 토스카니니, ‘규칙을 준수하는 안전 관리자’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강렬한 에너지로 사람을 이끄는 구루’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진정한 협력을 이끌어내는 자유로운 통제자’ 카를로스 클라이버, ‘더 높은 곳을 향求?의미 추구자’ 레너드 번스타인 등이다.

저자는 이들이 어떤 능력을 발휘해서 성공했는지, 실패한 지점이 있다면 어디인지 알려주고, 그로부터 리더십에 관한 교훈을 추출한다. 위대한 지휘자들은 어떤 곡이 어떻게 연주돼야 하는지 알고 있지만, 연주자들의 창의성과 열정이 발휘될 수 있는 공간을 남겨둔다. 그들은 지휘봉과 악기들 사이에 존재하는 ‘간격’을 존중하고, 말하기보다는 ‘듣기’에 더 집중한다. 또 연주자들이 자신보다 더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을 인정하고 자신들의 ‘무지’를 적극적으로 시인한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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