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목적댐 전환" 목소리 커져
[ 이현일 기자 ] 수자원 공급 기능은 없고 홍수 방지만을 위한 ‘반쪽짜리 댐’이 양산되고 있다. 정부가 1조3000여억원을 들여 올 연말 준공을 앞둔 경기 포천시 한탄강댐이 대표적이다. 수자원 확보를 겸한 다목적댐으로 추진됐으나 환경보호론에 밀려 방재 전용 댐으로 지어지고 있다. 경남 함양 문정댐과 김천 대덕댐, 강원 원주천댐 등 새로 추진 중인 댐들도 줄줄이 홍수 전용 댐으로 축소되고 있다.
물 부족국가로 분류된 한국에서 이처럼 물 공급 기능이 없는 댐 건설이 잇따르는 것은 댐 건설에 반대하는 환경단체와 정부의 타협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름철 집중호우 때만 잠시 수문을 닫아 물을 가두고 평소에는 물을 흐르게 하면 환경 파괴를 줄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한탄강댐은 2억7000만t의 물을 가둬둘 수 있지만 갈수기 가뭄이 예상될 때에도 물을 방출해야 한다.
정부는 경기 북부지역 홍수 예방과 수자원 확보를 위해 2000년대 초반부터 다목적 기능의 한탄강댐 건설을 추진했다. 기존 1300만t 규모의 연천댐이 1999년 홍수로 유실된 직후다. 이 지역에선 1996년과 1999년 홍수로 6만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고 7400억원의 재산 피해를 입었다.
댐 건설이 본격 추진되자 반대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상류인 연천지역 주민과 환경단체들은 “현무암 지대에 댐을 건설하면 붕괴 위험이 있는 데다 두루미 서식지 등 생태계가 파괴된다”고 주장했다. 당초 3억6500만t의 댐 규모는 2억7000만t으로 줄었고 수자원 공급 기능도 없는 ‘반쪽 댐’으로 전락했다.
최근 경기 파주와 양주시 등을 중심으로 한탄강댐을 다목적 댐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나오고 있다. 윤영창 경기도 의원(새누리당·포천2)은 “계속된 가뭄과 북한에서 물을 다 막아버린 탓에 식수를 끌어다 포천복합화력발전소의 발전 용수를 댈 정도로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며 “수도권 예비 상수원을 확보하는 차원에서도 다목적 댐 전환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환경단체와 상류 지역 주민들은 “댐에 물을 담을 경우 자연경관이 훼손되고 상류 주민들이 상수원 보호 규제를 받는다”고 맞서고 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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