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체험 일반인과 나누려 '시편'을 필사책으로 펴냈죠"

입력 2015-11-05 18:51  

'손으로 쓰는…' 출간 송길원 목사


[ 고재연 기자 ] “기도를 하면 어려운 일이 절로 해결된다고 하지만 기도조차 안 나오고 마음이 꽉 막히던 때가 있었습니다. 목사이기 이전에 신앙인으로서 호흡줄이 끊긴 듯한 고통이었죠. 그때 만난 게 ‘시편’이었습니다. 시편 안에 제 심정이 그대로 녹아있더군요.”

성경 필사책 《손으로 쓰는 기도》(토트)를 출판한 송길원 목사(58·하이패밀리 대표·사진)의 말이다. 송 목사는 경기 양평에 수련센터를 지으려다 난관에 부딪혔다. 하나님이 원망스러웠다. 자신을 힘들게 하는 이들을 떠올릴 때면 욕설이 쏟아지기도 했다. 그러던 중 시편 3장 7절에서 이런 구절을 발견했다. “나의 하나님 도와주소서! 저들의 얼굴을 후려갈기소서. 주먹으로 아구창을 날리소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게 성경이었어?’라는 생각과 함께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바로 ‘치유’의 힘이었다. 고상하게만 생각했던 성경 속에 자신의 심정이 그대로 녹아 있었던 것이다. 자신의 경험을 종교를 떠나 일반인과도 나누고 싶었다. 그가 시편 필사 책을 낸 이유다.

송 목사는 월간 ‘⊙떴??rsquo;를 통해 등단한 시인이자 수필가다. 그는 시편 가운데 사람들 마음에 와 닿을 만한 내용 60여편을 뽑아냈다. 참회, 탄원, 변화, 결단 등 심리치료에 도움이 될 만한 내용 위주로 구성했다. 그는 “이리저리 치이며 고통스러워하는 현대인들이 불면증, 분노, 미움 등에 대한 시편을 베껴 쓰며 치유받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자신이 뽑은 시에 심리학적 해설도 덧붙였다. 미국의 신학자이자 윤리학자인 라인홀드 니버의 ‘변화를 위한 기도’라는 시를 통해서는 삶의 자세에 대해 조언했다. “내가 변화시킬 수 없는 일에 대해서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평온함을 주시고 내가 변화시킬 수 있는 일에 대하여는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주시옵소서.”

경기 양평에 달걀 모양의 청란(靑卵)교회를 세우고 ‘산티아고 순례 길’을 만든 그는 ‘국민 목사’임을 자처한다. 위기에 처한 가정을 구하겠다며 1992년 비영리단체 하이패밀리를 출범시킨 그다. 이후 교회가 가정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고, 가정을 주제로 한 전문적인 프로그램이 생겨났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쓴 필사책 《어바웃 러브(About love)》(토트)도 출간을 앞두고 있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삼포 세대’로 불리는 젊은이들을 위해 결혼의 과정을 탐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성경 창세기 24장 등을 토대로 ‘사랑의 기술’도 알려준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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