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주 고평가 논란 잠재워
유가증권 의약품업종지수 10%↑…종근당·LG생명·녹십자 등 급등
증권가 '제2 한미약품' 찾기
[ 윤정현 / 심은지 기자 ] 고평가 논란에 발목이 잡혔던 제약·바이오주가 다시 비상하고 있다. 5조원 규모의 신약기술 수출을 성사시킨 한미약품이 모멘텀(상승동력)으로 작용했다.
○한미약품 목표가 100만원 등장
한미약품은 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가격제한폭(29.98%)까지 치솟아 71만1000원에 장을 마쳤다. 사상 최고가다. 한미약품의 지주사 한미사이언스도 상한가(29.93%)를 기록하며 17만8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한미약품이 전날 장 마감 후 지속형 당뇨 신약 제품군 ‘퀀텀 프로젝트’를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에 기술수출(라이선스아웃)했다고 공시한 것이 급등세를 불렀다. 주가는 개장과 함께 상한가로 직행했다. 계약 규모가 총 5조원에 이르는 국내 제약회사 사상 최대 수준의 기술수출이기 때문이다.
초대형 기술 이전 계약 소식에 증권사들은 목표주가를 기존보다 두 배 가까이 올려잡았다. 현대증권은 기존 62만원이던 목표주가를 100만원으로 높였다. 하이투자증권도 57만원에서 100만원으로, NH투자증권은 55만원에서 70만원으로 올렸다. 삼성증권과 미래에셋증권도 기존보다 50~70%가량 높은 목표주가를 새로 제시했다.
김태희 현대증권 연구원은 “한미약품은 지난 3월 일라이 릴리(6억9000만달러 규모), 7월 베링거인겔하임(7억3000만달러 규모)에 이어 이번 기술수출 계약까지 연이어 쾌거를 이뤘다”며 “특히 이번 계약은 규모와 계약금 비중, 러닝로열티(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지급) 등을 미뤄보면 한미약품이 협상시 우위에 있었음을 추정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코오롱생명과학·에이티젠도 급등
한미약품의 성과에 대부분의 제약·바이오주가 상승 행진을 펼쳤다. 투자자들이 안정적인 실적을 기반으로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온 ‘제2의 한미약품’ 찾기에 나서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 의약품업종 지수는 전날 대비 10.38% 뛰었다. 대장주인 한미약품뿐 아니라 종근당(12.66%) LG생명과학(12.17%) 한올바이오파마(11.95%) 동아에스티(7.33%) 녹십자(7.42%) 등 지난 3분기 실적 개선 주요 제약주의 상승이 돋보였다. 코오롱생명과학(27.98%) 에이티젠(18.78%) 인트론바이오(10.9%) 등이 급등해 코스닥시장 제약업종도 2.87% 상승했다. 김형수 교보증권 연구원은 “한미약품의 기술수출은 고부가가치, 기술집약적 산업으로서 제약산업이 조명받는 계기가 됐다”며 “R&D 비용 때문에 수익성이 떨어졌던 기업들에 대한 재평가도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다국적 제약사가 기술을 받아가서 바로 개발에 착수할 수 있는 임상시험 진행 과정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천식 치료제 임상 2상 종료 소식을 알린 삼아제약과 경구용 항암제 3상에 성공한 대화제약은 전날 나란히 상한가를 기록했다. 김주용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해 주요 제약사의 R&D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고 내수시장의 성장둔화를 수출로 극복하는 업체도 늘고 있다”며 “제약바이오 업종의 펀더멘털(기초체력) 강화로 4분기 실적 전망도 상향 조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윤정현/심은지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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