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 같은 당정의 방안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부작용을 들어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학제 단축 개편을 둘러싼 찬반 양론을 알아본다.
○ 찬성 “늦은 사회 진출이 만혼과 저출산으로 이어진다”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기존 틀에 갇혀 있으면 더 이상 저출산 고령화 문제 극복이 어렵다”며 필요하다면 처음부터 제도를 다시 설계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위원장의 구상은 초등학교를 6년제에서 5년제로, 중학교-고등학교 6년을 5년제로 줄이는 것이 골자다. 그는 또 청년들의 늦은 사회 진출이 늦은 결혼으로 이어지고 저출 遠?심화시킨다고 보고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끊기 위해 학제 개편의 도입 필요성을 주장한다.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어린이들의 신체 인지 성장속도가 빨라진 데다 한국 남성의 평균 취업연령이 27.2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22세보다 훨씬 높은 점, 30세 이전 기혼 여성과 이후의 기혼 여성 간 출산율에 현격한 차이가 나는 점 등을 감안했을 때 학제 단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사회통합을 위한 저소득층 교육지원제도 정비가 수반돼야 학제 개편이 의미가 있다”며 유치원과 초등학교 등 교육 초기단계에서부터 고등교육에 이르기까지 저소득층에 대한 국가의 재정지원이 대폭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육비 부담이 덜어진다며 찬성하는 견해도 있다. 한 학부모는 “유치원 입학전쟁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물론 교육과정이 10년으로 줄어들면 부모가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아이가 대학을 졸업할 수 있게 되니 그만큼 양육비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 반대 “유아 발달 고려 않은 졸속 논의에 불과하다”
안민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학제 개편은 교원 조정과 교과서 등 교육과정 전체를 뜯어고치는 문제로 수조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이라며 슈퍼맨도 못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누리과정 예산 2조원도 해결 못해 시·도 교육청에 떠넘기는 정부가 어떻게 학제 개편은 예산에 대한 아무 대안도 없이 제시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교육부 역시 그리 긍정적 입장은 아니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취업 연령을 앞당기기 위해 입학 연령을 앞당긴다는 것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며 앞으로 당정협의 결과를 갖고 검토의견을 물을 텐데 우리 입장은 어렵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원영 중앙대 유아교육과 명예교수는 “학제개편 논의는 유아 발달을 고려하지 않은 졸속 논의”라며 반대했다. 그는 “너무 이른 나이에 지식습득 뇌를 활성화하면 인성 관련 유전자 발현이 안 돼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이경자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상임대표는 “아이들의 발달단계에 적정연령이란 것이 있는데 아이들을 무슨 사회의 노동력으로만 접근하는 이런 방식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생각한다”며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학부모 중에는 “8세에 초등학교에 입학해도 수업 따라가는 걸 힘들어하는 아이가 수두룩한데 이보다 더 낮추면 어떻게 안심하고 학교를 보내겠느냐”며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다. 청년 일자리가 확대되지 않은 상황에서 고등학교 졸업연령이 낮아지면 10대 청년실업자만 양산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 생각하기 “저출산과는 별도로 학제 개편 논의할 필요”
학제를 축소하는 것이 조기 취업과 결혼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저출산 추세를 역전시킨다는 보장은 사실 없다. 여러 가지 대책을 내놓아도 도무지 저출산 추세가 개선될 기미가 없다 보니 궁여지책으로 나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정부 내에서도 교육부가 이런 당정 ?아이디어에 부정적 견해를 보이는 것도 아마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하지만 꼭 저출산 문제와 연결하지 않더라도 현재와 같은 학제를 그대로 유지해야 하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아이들의 빠른 신체 발달과 그렇지 않아도 스펙 쌓기 등으로 의도적으로 대학 졸업을 미루는 추이 등을 감안하면 학제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는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이런 당정의 대책을 두고 “재정부담을 줄이고 청년 노동자 증가를 노린 꼼수”라며 악의적인 해석을 하는 일부 정치인이 있다는 것도 참으로 유감스런 일이다. “취학연령을 1년 낮추고 초중등 교육기간을 2년 줄이면 미취학 보육비와 교육비 부담이 없어진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청년노동자가 수백만명이 늘면 기업들이 더 쉽고 싸게 고용할 수 있다”는 설명까지 곁들여 놓았다. 참으로 터무니없는 멋대로 해석이다. 학제변경이 필요한지, 과연 저출산 극복 효과가 있는지는 추후 많은 논의가 필요한 주제다. 하지만 아무리 설익은 방침이라도 입맛대로 아무렇게나 공격부터 하는 것 또한 곤란하다.
김선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k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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