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희은 기자 ] 이일동 광주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경감(47·사진)은 2008년 40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한 대학교 전기공학과에 입학했다. 2005년부터 화재현장을 도맡아 화재 원인 등을 감식하며 막연히 생각만 했던 분야에 도전하기 위해서였다.
외국에서 들여와 그대로 쓰고 있는 과학수사 장비를 국내 현실에 맞게 개량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 꿈은 2012년부터 서서히 결실을 거둬 그의 손을 거쳐 완성돼 특허까지 받은 과학수사 장비가 두 건이다. 최근 2년간 담당한 감식현장만 885건이었다.
이 경감은 “과학수사계에서만 18년 정도 몸담고 있다 보니 현장에 맞지 않는 장비가 많아 개량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늦은 나이에 대학에 진학해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고 근무시간 이후에도 끊임없이 연구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1990년 경찰이 된 이 경감은 2005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교육을 받고 화재 감식전문 수사관이 됐다. 국내에서 이 분야의 전문 수사관은 100명도 안 된다. 2012년 자석 소재 표식 개발을 시작으로 과학수사 장비 개량에 나섰다. 감식 현장에서 쓰는 화살표와 번호표 등 표식을 기존의 종이 대신 자석으로 해 편의성을 높였다. 2013년 미세증거물 채취상자는 경찰 자체 개발장비로는 드물게 특허를 받았다. 감식용 면봉을 2~3개만 보관할 수 있던 기존 채취상자 크기를 유지하며 10개까지 보관할 수 있도록 개량했다. 지난해 9월 개발한 현장 통행판도 특허를 받았다. 범인의 발자국 흔적을 채취할 때 쓰는 아크릴 소재 통행판이 무겁다는 동료 경찰관의 의견을 듣고 가벼운 알루미늄 소재로 제작한 것이다.
이 경감은 “내가 담당한 화재사건의 증인으로 법원에 출석했을 때 판사나 검사가 ‘어떤 학문을 전공했느냐’고 물으며 수사내용에 대한 신뢰 여부를 판단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경찰관이 더욱 전문성을 가져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 경감은 그간의 공적을 인정받아 지난 4일 경찰청 주관 과학수사대상 과학수사 분야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그는 “함께 근무하는 과학수사계 동료들의 도움 덕분”이라며 “앞으로도 국내 실정에 맞는 ‘맞춤형 과학수사 장비’ 개발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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