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란 기자 ] 베트남 내수시장에도 활기가 돌고 있다. 지난해부터 건설·부동산 경기가 회복세를 보인 데다 중산층 인구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8일 베트남 금융회사 비나캐피털에 따르면 인구 800만명의 호찌민시에는 지난 15년간 주택 8만가구가 새로 지어졌다. 이 중 7만3000가구가 아파트로 대부분 최근 5년 내 건설됐다. 이 기간 아파트 가구 증가율은 연 20%에 이른다. 돈람 비나캐피털 회장은 “아파트는 베트남 경제 발전을 한눈에 보여주는 가늠자”라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춤했던 부동산 가격이 지난해부터 반등하면서 내수시장에 활력을 더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심 개발은 지속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베트남의 도시 인구 비중은 지난해 기준 33%로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안종훈 한국투자신탁운용 호찌민사무소장은 “2020년 호찌민 시내를 관통하는 지하철 완공을 앞두고 역세권 개발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건설·인프라 경기 호조세가 두드러지면서 중·상류층의 씀씀이도 커졌다. 베트남에서 최고가 사치품으로 통하는 자동차 판매량은 올해 1~8월 기준 14만207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3% 급증했다. 지난 1분기에는 스마트폰이 300만대(6억2500만달러) 팔려 작년 동기보다 25% 증가하며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사무직에 종사하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달 급여의 두 배가 넘는 삼성, 애플 등의 고가 스마트폰을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하다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국 화장품도 인기다. 성연석 롯데백화점 호찌민점 영업총괄팀장은 “한류 드라마 덕분에 베트남 여성들 사이에 한국 화장품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며 “더페이스샵, 스킨푸드 등 중저가 입점 브랜드의 올해 1~9월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13% 늘었다”고 말했다.
점점 늘어나는 중산층 인구는 내수시장 성장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연소득 6000~3만달러 사이 인구 비중이 2009년 7%에서 올해 21%, 2025년 50%, 2040년 84%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호찌민=허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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