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반출 규제 묶인 중국, 비트코인으로 투자자금 몰려
이달초 거래가격 400弗 재돌파
"100대 금융기업 10조弗 투자로 세계 6대 기축통화 될 것" 전망도
비트코인, 화폐 대체는 '회의적'…반면 블록체인 활용 잠재력 커져
글로벌은행 블록체인 그룹 참여…기관 간 화폐거래 플랫폼 구축
[ 임근호 기자 ] 사람들의 관심에서 잊혀지던 가상화폐 비트코인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비트코인 거래가격이 최근 1비트코인당 200달러대에서 400달러대로 급등하면서다. 자국 경제에 불안을 느낀 중국인들이 비트코인으로 몰리고 있고, 유럽에선 비트코인이 하나의 화폐로 인정받았다. 일각에선 비트코인이 세계 6대 기축통화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비트코인이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가치저장 수단이며, 결제 수단이어야 한다는 화폐의 속성이 결여”(아제이 방가 마스타카드 최고경영자)됐기 때문에 기존 화폐를 위협하지 못할 것이란 회의론도 많다. 오히려 비트코인 원천기술인 블록체인이 핀테크(금융+기술)의 핵심 기술이 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여기를 누르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경제 불안에 중국인들 비트코인으로
비트코인은 정부나 중앙은행, 금융회사의 개입 없이 온라인상에서 개인과 개인이 직접 돈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암호화된 가상화폐다.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수학문제를 풀어 직접 비트코인을 ‘채굴’하거나 채굴된 비트코인을 거래하는 시장에서 구입할 수 있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달 말부터 2주 동안 가파르게 올라 이달 초 장중 최고치인 485달러를 찍었다. 원인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블룸버그는 “비트코인이 하나의 안전자산으로 간주되고 있다”며 “신흥국에서 탈출한 자금이 비트코인으로 몰렸다”고 전했다. 베리 실버트 디지털커런시그룹 창업자는 “중국에서의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자국 경제에 불안을 느낀 중국인들이 위안화를 비트코인으로 바꿔 반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에선 연간 5만달러까지만 위안화 해외 반출이 허용돼 미국 달러화로의 환전은 엄격히 규제받고 있다.
반면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에서 성업 중인 러시아계 다단계 금융사이트 MMM이 가격 급등의 배후라고 지목했다. 신입 회원은 MMM에 가입할 때 비트코인을 의무적으로 사고, 일정 비율을 ‘상호부조’라는 명목으로 먼저 가입한 회원에게 줘야 한다. 전형적인 다단계 수법이지만 매달 30%의 수익률을 보장한다는 광고로 중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달 22일 유럽사법재판소가 비트코인을 화폐로 규정해 거래할 때 부가가치세를 부과해선 안 된다고 판결하면서 미래 화폐로서 비트코인에 대한 장밋빛 전망도 살아나고 있다. 투자자문업체 매지스터어드바이저는 “세계 100대 금융회사가 앞으로 2년 동안 비트코인과 비트코인의 원천 기술인 블록체인에 10조달러를 투입할 것”이라며 “비트코인은 15년 안에 세계 6대 기축통화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웨드부시증권은 “비트코인 가격이 1년 내 600달러를 넘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화폐로서의 비트코인엔 회의론 많아
하지만 투기수단이 아닌 화폐로서의 비트코인에 대해선 아직 회의적인 시각이 더 많다. 2008년에 처음 등장한 비트코인은 지난해 수차례 위기를 맞았다. 세계 최대 비트코인 거래소였던 마운트곡스가 해킹을 당해 신뢰성에 큰 타격을 입었고, 비트코인 생태계의 핵심인 채굴자들이 파산 위기에 몰리는 ‘채굴 위기’도 발생했다. 800달러대에 거래되던 비트코인 가격은 200달러대로 급락했다.
영국 중앙은행은 “채굴에 대한 보상 문제가 비트코인 성장을 가로막는 최대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채굴은 어려운 수학문제를 풀어 10분마다 새로 생겨나는 비트코인을 쟁취하는 것을 말한다. 시장에 비트코인 통화량을 늘리는 효과와 함께 비트코인 시스템 안에서 이뤄진 거래가 정확한지를 확인하는 감시자의 역할을 한다. 처음엔 개인이 PC로 채굴했다. 하지만 비트코인 하나에 1000달러까지 오르자 수백, 수천개의 컴퓨터를 동원해 채굴하는 전문업자들이 생겨났다.
10분마다 생기는 비트코인은 25개로 정해져 있어 채굴 경쟁이 심해지면 수학 문제의 난도가 올라간다. 경쟁적으로 더 좋은 장비를 구입하는 열풍이 불고, 비 ?愍?가격은 반대로 떨어지기 시작하자 채굴업자들은 빚더미에 올랐다. 빚을 갚기 위해 갖고 있던 비트코인을 시장에 내다 팔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걷잡을 수 없이 추락했다.
비트코인이 채굴을 도입한 이유는 은행 없이 거래하기 위해서다. 디지털로 돈을 주고받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A가 B에게 10만원을 보내면 A의 계좌에선 10만원이 줄어야 한다. 현실에선 은행이 이를 보증한다. 비트코인은 일종의 거래장부인 블록체인을 모든 구성원에게 공개해 이를 해결했다. A가 처음 비트코인을 얻은 시점부터 B에게 10만원을 보낼 때까지의 모든 기록이 공개돼 있어 함부로 돈을 복제할 수 없다. ‘분산화된 거래장부’ 방식이다.
문제는 비트코인을 통한 거래가 공짜가 아니라는 점이다. 비트코인 컨설턴트인 팀 스완슨은 비트코인의 실제 거래비용이 건당 15~20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은행을 거치는 것보다 비용이 더 든다. 거래량이 많아질수록 은행이 중앙에서 통제하는 방식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은행끼리 “가상화폐 거래 플랫폼 만들자”
비트코인에 경계심을 나타냈던 금융업계도 블록체인은 적극 받아들이고 있다.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 모건스탠리, JP모간체이스, 골드만삭스, UBS 등 22개 글로벌 은행은 최근 ‘R3CEV’라는 블록체인 기반 가상화폐 그룹을 구성했다.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비트코인과 달리 은행끼리만 거래할 수 있는 가상화폐를 만들어 복잡한 은행 간 거래를 간소화하는 게 목표다. 허용된 구성원에 한해 작동하기 때문에 보안 및 채굴과 관련한 문제를 피할 수 있다. 미국 나스닥은 블록체인 기반 장외주식 거래플랫폼인 ‘링크’를 곧 공개한다. 번거로운 장외주식 거래를 보다 쉽게 할 수 있다. 나스닥이라는 확실한 주체가 관리하기 때문에 비트코인의 문제점을 상당수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