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부 대상 김세현 감독 '우리는 대한민국 소방관입니다'
청소년부 대상 김주섭 감독 '소방관 가족으로 산다는 것'
[ 유재혁 기자 ] 소방차가 경적을 울리며 긴급 출동한다. 타오르는 불길에서 한 소방관이 여성을 안고 나온다. “고맙습니다. 구해줘서….” 여성의 숨 가쁜 감사 인사에 소방관은 답한다. “고맙습니다. 살아있어 줘서….”
김세현 감독(23·대진대)의 29초 영화 ‘우리는 대한민국 소방관입니다’는 소방관의 역할을 이처럼 인상적으로 포착했다. 9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제53주년 소방의 날 기념 ‘119 29초영화제’ 시상식에서 이 작품이 일반부 대상을 차지했다.
김 감독은 “국민 안전의 버팀목이 되는 소방관들의 모습에 반해 이번 영화제에 참가했다”며 “소방관의 따뜻한 내면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국민안전처와 한국경제신문사가 공동 零例?이날 시상식에선 전국 소방관 3000여명이 자리를 함께한 가운데 우수작 12편에 상금과 상패가 주어졌다. 청소년부 대상은 김주섭 감독(17·일산대진고2)의 ‘소방관 가족으로 산다는 것’이 받았다. 영화는 장국을 끓이던 아내가 뉴스에서 화재 소식이 들려오자 기도를 드리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어지는 장면은 길을 걷던 할머니가 소방차 출동 소리에 흠칫 놀라는 모습이다. 소방관 남편과 아들을 둔 아내와 어머니가 걱정하는 모습을 깊은 울림으로 보여준다.
김 감독은 “29초영화제에 처음 작품을 냈는데 큰 상을 받아 정말 기쁘다”며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인 소방관의 헌신에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일반부 최우수상은 현직 소방관인 임태근 장영환 감독의 ‘나는 소방관이다’에 돌아갔다. 비닐하우스를 집어 삼키는 화마(火魔)를 향해 소방관들이 거침없이 뛰어든다. 두렵지 않아서가 아니라 자신들을 기다리는 국민이 있기 때문이라는 내러티브가 깔린다. 이 작품은 실제 화재 현장을 담아낸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청소년부 최우수상은 조선혜 감독 등이 소방관의 역할을 감동적으로 담은 애니메이션 ‘you are my hero’가 차지했다. 불길 속에서 공포에 떨고 있는 소년 앞에 소방관 영웅이 나타나 구하는 이야기다.
우수상은 일반부와 청소년부에서 각각 네 개 작품에 주어졌다. 일반부에서는 위기에 빠진 사람들을 무심코 지나쳐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담은 김도윤 감독의 ‘나는 생명을 구하는 소방관입니다 여러분은…’, 소방관을 화재 현장에 핀 무지개로 은유한 유재룡 신형철 감독의 ‘무지개를 만드는 사람들’, 위험을 무릅쓰는 소방관의 노고를 담은 이한샘 감독 등의 ‘기억’, 소방관이 질식사할 뻔한 시민의 목숨을 구하는 모습을 담은 최덕현 감독의 ‘119, 당신을 향한 희망의 이름’ 등이 상을 받았다.
청소년부에서는 무심코 벌인 불장난으로 큰불이 일어난다는 메시지를 담은 장지수 감독의 ‘시작과 끝은’, 시민을 살리느라 목숨을 던지는 소방관의 모습을 포착한 김정윤 감독의 ‘제 할 일을 다했습니다’, 불길에서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소방관처럼 살고 싶다는 꿈을 기록한 이예림 감독의 ‘현지의 일기’, 순직한 소방관 아버지의 제사를 지내면서 아들도 소방관이 되고 싶다고 다짐하는 김상민 감독의 ‘언제나 우리 곁을 지켜주는 소방관이 되고 싶습니다’가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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