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 대회선 생애 첫 챔프…'빅스타' 없이 기량 평준화
골프계 "라이벌 구도 없어 팬 이목 끌지 못해 아쉬워"
주요 선수 잇단 '해외 노크'…내년 선수층 더 얇아질듯
협회 "내년 대회수 늘릴 계획"
[ 이관우 기자 ] 슈퍼스타도, 절대 강자도 없었다. 지난 8일 카이도골프LIS챔피언십을 끝으로 막을 내린 올해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의 지형도다. 골프계에선 “대회 수와 상금 규모가 대폭 줄면서 스타 탄생이나 라이벌 간 경쟁 등 팬들의 이목을 끌 스토리가 없었다”며 아쉬워하고 있다. 올해 KPGA 대회는 작년보다 2개 줄어든 12개(이벤트 대회 제외)였다. 상금 규모도 91억원에서 84억원으로 줄었다. 대회 수 29개, 총상금 180억원인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다승 없는 챔프 ‘춘추전국시대’
대회가 적다 보니 우승 경쟁은 뜨거웠다. 지난해엔 2승 이상 다승자가 세 명 나왔지만 올해에는 한 명도 없었다. 12개 대회에서 모두 다른 선수들이 왕좌에 이름을 새겼다. 그중 7명이 생애 첫 肄쩜渼? 이경훈(24·CJ오쇼핑) 이태희(31·OK저축은행) 장동규(27) 이수민(22·CJ오쇼핑) 문경준(33·휴셈) 박재범(33) 안병훈(24·CJ)이다. 치열해진 경쟁만큼이나 기량이 평준화됐다는 얘기다.
상반기에는 세계군인체육대회 준비를 위해 출전한 상무 소속 허인회(28)가 개막전인 동부프로미오픈을 제패하면서 ‘군풍(軍風)’에 불을 지폈다. 버디를 잡을 때마다 보여준 거수경례까지 화제에 올랐다. 하지만 군인골퍼들의 ‘훈련용 출전’이 하반기 들어 뜸해지면서 팬들의 관심도 식어갔다.
그나마 군산CC오픈에서 깜짝 우승한 ‘슈퍼루키’ 이수민(22·CJ오쇼핑)이 불씨를 살릴 차세대 주자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기다리던 두 번째 우승은 터지지 않았다. 골프계에선 그가 마지막 대회에서만큼은 4관왕(신인왕 대상 최저타 총상금)을 거머쥐며 피날레를 화려하게 장식해주길 기대했다. 남자 골프에 대한 관심을 내년 시즌으로 이어갈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는 기대에서였다. 하지만 이마저도 무위에 그쳤다. 신인왕만 확정한 이수민은 대상포인트 1위인 이태희(2190점)보다 5점이 적어 2관왕을 놓쳤다.
나머지 부문 1위도 골고루 돌아갔다. 상금왕은 한국오픈에서 우승한 이경훈(3억1560만원)으로 확정됐다. 김기환(24·CJ오쇼핑)이 70.125타로 최저타상(덕춘상)의 영예를 안았다. 김기환은 올 시즌 우승하지 못했지만 2012년에 이어 두 번이나 최저타 1위에 올라 ‘우승 후보’임을 입증했다.
◆‘K브러더스’ 해외로 해외로
내년 시즌은 올해보다 더 밋밋해질 수도 있다. 주요 선수들 ?해외 투어로 빠져나갈 가능성 때문이다. KPGA 등에 따르면 최진호(31·현대제철) 김비오(25·SK텔레콤) 손준업(28) 이성호(28) 등 4명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퀄리파잉스쿨(Q스쿨)에 응시할 예정이다. 국내 투어를 오가며 뛸 수 있는 일본프로골프(JGTO) 투어 진출을 준비 중인 선수는 30명이나 된다. 홍순상(34·바이네르) 김태훈(30·JDX멀티스포츠) 등이 대표적이다. 올 시즌 시드권을 갖고 있는 144명의 남자프로 가운데 약 3분의 1이 해외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선수층이 더 엷어질 공산이 크다. 한국과 일본 투어를 병행하고 있는 장동규 프로는 “국내 대회가 워낙 적기 때문에 한 번 실수하거나 커트 탈락하면 만회할 기회가 많지 않다”며 “해외 진출은 남자프로라면 어느 순간 꼭 고민할 수밖에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협회는 내년 시즌에 대회 수와 상금 규모를 대폭 늘려 침체된 분위기를 반전시킨다는 계획이다. 박호윤 KPGA 사무국장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최소한 한두 개 대회가 더 신설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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