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옷·양말도 대신 빨래"…크린토피아의 세탁혁명

입력 2015-11-09 18:43  

이범돈 대표의 '고객 생각'

"사소한 번거로움도 없애자"…생활빨래 세탁 서비스 실시
코인빨래방 250개로 늘어…연내 의료세탁 서비스 진출



[ 김희경 기자 ] 세탁 전문업체 크린토피아는 지난달 일부 매장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였다. 집에서 직접 물빨래를 하던 속옷, 양말, 수건까지 세탁해주는 ‘생활빨래 세탁 서비스’다.

사내에선 걱정하는 사람이 많았다. 정장, 와이셔츠도 아닌 속옷을 누가 세탁업체에 맡기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회사 이범돈 대표는 되는 서비스라고 생각했다. 그는 “맞벌이 부부 등이 늘어나 속옷 빨래를 할 여유조차 없는 사람이 많다”며 “소비자의 사소한 번거로움까지 없애줌으로써 차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다시 찾는 소비자가 많자 크린토피아는 연내 전 매장에서 서비스를 시작하기로 했다.

◆“모든 것을 세탁한다”

크린토피아 창업주 이범택 회장은 1992년 회사를 세웠다. 섬유업체에서 일하던 이 회장은 선진국처럼 세탁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생각하고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동네 세탁소의 와이셔츠 세탁비는 2000원 정도였다. 대졸 신입사원 월급이 50만원 수준이었던 때다. 부담스러운 가격이었다. 크린토피아는 와이셔츠 한 벌에 500원만 받았다. 국내 세탁업계의 가격 거품을 빼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도 크린토피아는 와이셔츠 한 벌에 990원을 받는다. 이 회장의 친동생인 이범돈 대표는 한국전력에서 나와 1993년 합류, 경영을 도왔다.

23년간 크린토피아의 세탁 서비스는 계속 진화했다. 처음엔 다른 세탁소처럼 정장, 와이셔츠로 시작했다. 그러다 운동화도 빨아주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가장 귀찮은 가사일 중 하나가 운동화에 묻은 흙 등을 닦고 씻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해결해 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운동화 세탁은 전체 매출의 10%를 차지할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다음은 이불 세탁이었다. 무거운 이불을 빨고 건조해야 하는 주부들의 고충을 덜어주기 위해서였다. 2년 전에는 명품 가방을 관리해주는 일까지 시작했다. 이 대표는 “고가의 명품 가방을 직접 닦아주고 손상된 곳을 염색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연말부터는 속옷, 양말 등으로 서비스를 확대한다. 세탁물을 크린토피아 전용가방에 넣어 매장 직원에게 주면 가까운 지사로 통째로 보낸다. 세탁, 건조 후 일일이 분류해 백에 담아준다. 소비자는 매장으로 가 찾아오기만 하면 된다. 이 대표는 “소비자가 입고, 들고, 신는 모든 아이템을 관리하겠다는 게 크린토피아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의료세탁 시장에도 진출

크린토피아는 시대의 변화에 맞게 사업 모델도 발전시켰다. 빨래를 받?지사로 보내 세탁을 해주는 2100여개의 세탁편의점에 이어 2009년엔 코인빨래방을 선보였다. 동전을 넣고 빨래를 하는 것이다. 다른 업체들이 잇따라 비슷한 매장을 냈다. 크린토피아는 차별화에 나섰다. 이 대표는 “다른 코인빨래방은 한 시간 정도 걸리는 세탁시간 동안 세탁기 옆에서 꼼짝없이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크린토피아 코인빨래방에선 직원이 세탁부터 건조, 포장까지 모두 해주기 때문에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이 때문에 코인빨래방은 빠른 속도로 성장해 250여개로 늘어났다.

새로운 영역에도 진출한다. 크린토피아는 의료세탁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이 대표는 “고품질의 의료세탁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대형병원의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며 “연내에 경기 안성에 대량 세탁이 가능하고 살균 시스템을 갖춘 전용 공장을 완공해 본격적으로 의료세탁 서비스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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