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스타트업' 키우는 외국인 열전 (10·끝)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성장기
기술력 갖춘 한국 엔지니어들, 외국인 디자이너 만날땐 시너지
다양한 인재가 모이는 스타트업, 한국은 여전히 외국인 문턱 높아
비자 문제 등 불필요한 규제 풀어야
스타트업, 실패경험 통해 성장해…성공담에만 익숙한 한국 아쉬워
수익 구조보다 잠재력에 투자해야
[ 최유리 기자 ]
“한국에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붐이 일고 있습니다. 1990년대 말 거품으로 꺼졌던 벤처 붐과는 확실히 달라요.”
한국 스타트업에서 활약 중인 글로벌 인재들은 하나같이 ‘변화’를 화두로 꺼냈다. 최근 들어 한국에서 스타트업을 위한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다는 얘기다.
그간 인터뷰를 진행했던 외국인들도 스타트업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국에 뿌리를 내렸다. 정부, 엔젤투자자, 액셀러레이터(스타트업 보육기관), 선후배 창업가들이 얽힌 네트워크를 딛고서다. 이들은 사업 노하우를 나누고 투자처를 연결하는 등 도움을 주고받는다. 과거 일확천금(一攫千金)을 노린 ‘묻지마 투자자’들이 벤처 ?지원했던 것에서 달라진 점이다.
한국은 벤처 씨앗이 열매를 맺도록 도와주는 환경을 고루 갖추기 시작했다. 미국 실리콘밸리, 독일 베를린 등 세계 스타트업의 중심지를 경험한 인재들이 한국을 ‘넥스트 허브’로 지목한 이유다. 이제 막 피어오른 불꽃이 거대한 스타트업 용광로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답을 위해 그간 ‘K-스타트업을 키우는 외국인 열전’ 시리즈에서 소개했던 세계 청년들과 머리를 맞댔다. 함께 모인 곳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다.
“K-스타트업 고용 문턱 낮춰야”
파란 눈에 노란 머리, 중국계 미국인, 캐나다 이민 2세대. 한국 스타트업 곳곳에는 다국적 DNA가 흐르고 있다. 한국인의 강점으로 꼽히는 기술력이 다양성을 만나 시너지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한국을 기점으로 해외를 공략하는 스타트업에서 외국인의 역할은 막대하다. 외국인 구인·구직 사이트 ‘잡시커’를 운영하는 사이먼 챈 공동대표도 K-스타트업과 글로벌 인재들의 시너지를 강조했다.
챈 공동대표는 “한국인은 엔지니어링 기술이나 논리력 측면에서 강점을 보이지만 틀에 갇혀 생각하는 측면이 있다”며 “하지만 창의적인 디자이너나 개방적인 마케터를 만나 역량을 펼치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스타트업의 문이 글로벌 인재에게 활짝 열려 있는 것은 아니다. 채용 조건이나 비자 문제가 이들의 발목을 붙잡고 있어서다. 챈 공동대표는 외국인 고용 제한부터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 외국인 직원을 고용할 수 있는 비율은 20%로 제한됩니다. 한국인 5명당 외국인 1명을 고용할 수 있다는 얘기죠. 그러나 소규모로 시작하는 스타트업에는 맞지 않는 기준입니다. 인력의 다양성과 팀 시너지가 스타트업엔 가장 중요한 재산인데 말이죠.”
비자 문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혔다. 모데스타 나시우테 위플래닛 사용자경험(UX) 디자이너는 “스타트업은 회사 규모가 작고 인지도가 낮아 실제 회사가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데만 엄청나게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정부가 관련 시스템을 좀 더 쉽고 유연하게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성장 궤적 다양해져야”
스타트업의 궤적이 다양해져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성공 경로뿐 아니라 성장과 실패의 부침 등 스펙트럼이 넓어져야 한다는 얘기다. 몇몇 성공 사례를 좇아 스타트업 붐을 일으킨다면 또 다른 거품이 될 수 있다고 이들은 입을 모았다.
카를로 제이콥스 아포라벤처스 매니징파트너는 “모두 실리콘밸리를 성공의 아이콘으로 생각한다”며 “그러나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하는 스타트업은 6개당 1개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성공 확률의 높고 낮음이 아니라 실패를 통해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한국은 성공담에만 익숙해져 있으며 실패를 부끄러워하고 그 경험을 공유하지 않는다”고 아쉬워했다.
챈 공동대표는 성공의 기준이 다양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투자자들은 주로 어떻게 수익을 낼 것인지 비즈니스 모델을 중요하게 생각해 초기 스타트업에 잠재력이 아닌 구체적인 그림을 원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진 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스냅챗이나 인스타그램이 시작부터 수익구조를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며 “성공에 대한 제한적인 시각은 스타트업엔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알리나 그라츠너 아포라벤처스 매니징파트너는 서울대를 나와 삼성에 취직해야 성공이라는 방정식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나 투자자의 지원으로 바뀌는 것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서다. 그는 “다행히 스타트업을 경험하거나 글로벌 감각을 키운 세대가 나오면서 문화적으로도 변하기 시작했다”며 “속도는 느리지만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고 말했다.
최유리 한경닷컴 기자 now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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