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농업은 돈이 되는 비즈니스 농업을 지향한다. 관세 장벽을 통해 외국산 농산물의 진입을 막아 자국 농산물과 농업인을 보호하는 우물안 개구리식 농업은 지양하기로 한 것이다. 자영농, 가족농, 영세농이 아닌 대규모 농지에서 돈버는 농업을 추진하고 있다.
제도적인 정비도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09년 농사를 짓는 농업인만이 농지를 가질 수 있게 ‘자작농주의’를 규정한 농지법을 개정했다. 1947년 연합군최고사령부(GHQ)가 추진한 농지개혁 이후 지켜진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이 마침내 폐기된 것이다.
당시 연합군최고사령부는 대규모 지주제가 일본 군국주의 토대가 되었다며 지주 및 소작제도를 없애고 자작농화를 유도했다. 농지에 대한 소유와 경영, 경작을 3위 일체시켰다. 그 이후 소규모 자작농화가 시행되면서 일본 농업의 국제 경쟁력은 시나브로 약화됐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012년 말 재집권한 이후 국제 경쟁력을 갖추려는 농업대개혁에 박차를 가했다. 자작농 원칙이 무력화되면서 농업인 이외의 도시인들이나 비농업인이 농지를 소유할 수 있게 됐다. 그러면서 농지는 소유의 대상이 아닌 활용 대상으로 변하고 있다.
돈이 되는 농업을 위한 다양한 시도는 가시화하고 있다. 농 渶?돈을 벌 수 있으면 젊은이들이 몰려들고, 산업으로서의 농업이 살아날 수 있다고 봤다. 젊은 후계자들이 농업에 관심을 가져 초고령화, 영세농가라는 일본 농업의 과제가 해결되기를 일본 정부는 기대한다.
대규모화를 위해 유통, 지방건설업체 등 기업 농업 참여도 확대한다. 프랜차이즈농업, 농업펀드, 수출 영농법인 등 새로운 비즈니즈농업을 모색한다. 보조금 의존형 쌀생산 조정제도를 3년 이내 폐지한다. 보조금 의존형 농업서 벗어나 세계와 경쟁하는 강한 일본 농업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돈되는 농업 실험은 다양하게 시도된다. 농업 6차산업화의 일환으로 올해 농림수산성이 주도가 돼 외국인 관광객 일본농촌 체험 프로그램도 가동했다. 연중 지속적 운영 유지 등 과제가 많지만 벼 베기, 마쓰리(축제) 등 농촌체험 관광을 확산해 갈 방침이다.
농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농업계는 물론 정부와 언론까지 나섰다. 공영방송 NHK는 주요 뉴스 특집을 통해 돈 되는 농업을 위한 농업·농촌 문제를 수시로 조명한다. ‘부엌이 달린다’ 등 고정프로그램을 통해 농업인 땀의 소중함과 일본 농산물 우수성도 홍보한다.
농업에 대한 인식과 위상도 변화가 일고 있다. 수세적이고, 방어적, 축소지향 이었던 농업이 성장산업으로 인식되면서 식물공장 확산 등 공세적 농업으로 변했다. 특히 저출산 고령화로 일본 국내 농산물 시장이 정체·축소되자 해외시장 개척에 민관이 함께 한다.
우리나라의 농업도 일본과 비슷한 대변혁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헌법과 농지법(6조1항)에 경자유전 원칙이 규정돼 있다. 헌법 121조 1항은 여전히 ‘국가는 농지에 관하여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농지의 소작제도는 금지된다’고 규정한다.
헌법과 농지법에서 경자유전 원칙을 확고히 해 투기적 농지 수요를 억제하고 있다. 1946년 미군정이 지주·소작제를 없애는 농지개혁에 시동을 건 뒤 정부가 수립되고 나서 1949년부터 농지개혁을 단행, 자작농 원칙이 유지됐다. 현재도 한국은 소규모 영세농이 60~70%에 달한 다.
이후 탈법적 농지소유 현실화를 위한 법정비도 진행됐다. 1996년 농지법이 개정돼 도시인도 농지를 가질 수 있다. 2003년부터 도시인의 주말농장용 1000㎡이하 농지소유는 합법이다. 2005년 농지은행이 출범, 외지인 임대용 농지소유 범위도 엄한 기준하에 넓혀 대규모화를 용이하게 했다.
젊은 농부 위주로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한 농업 대규모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그런데 고령농민이나 도시의 상속인들이 농지를 내놓지 않고, 산지가 많은 지형은 농지 집적을 어렵게 한다. 그래도 한일 농업 대변혁은 시대흐름이다. 돈 되는 비즈니스농업화도 피해가기 어렵다.
한국 농업의 국제 경쟁력은 약한 편이다. 보조금 농업이 지적받고 있지만,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에 비하면 아직 절반도 안 된다. 특히 자유무역(FTA)협정 확산과 함께 농업 보호막이 해체되고 있다. 강한 농업을 위해선 농업인의 자구노력이 최우선이지만, 국민의 이해·응원도 절실하다.
이춘규 남서울대 초빙교수(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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