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현대엘리베이터가 증권 지분 매입 방안도 검토
[ 좌동욱 / 김일규 기자 ] ▶마켓인사이트 11월10일 오후 4시29분
현대상선이 현대증권 지분을 담보로 빌린 2000억원을 갚겠다는 의사를 채권단에 전달했다. 우선적으로 자금조달 규모를 키우기 위한 ‘비상대책’이지만 그룹 알짜 계열사인 현대증권을 팔지 않고 남겨두려는 포석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10일 정부와 채권단 등에 따르면 현대그룹은 지난해 4월 현대상선이 현대증권 보유 지분(22.43%)을 담보로 빌린 2000억원의 대출금을 갚겠다는 의사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상선은 대출금에 비해 가치가 훨씬 큰 현대증권 지분에 대한 담보권이 해지될 경우 신규 담보 대출, 지분 유동화, 경영권 매각 등의 방안으로 최소 4000억원 이상의 현금을 조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산업은행에서 빌린 2000억원을 갚더라도 2000억원의 추가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향후 현대증권 매각 작업을 현대 측 주도 ?진행할 법적인 권한도 가진다. 현대그룹이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현대증권 매각이 지난달 실패하면서 앞으로 현대증권 매각 주도권은 산업은행이 가질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다. 하지만 현대그룹이 대출금을 갚아버리면 현대증권 지분에 대한 산업은행의 담보권은 사라진다.
현대그룹은 그룹 지주회사인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상선으로부터 현대증권 지분을 매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 7월부터 유상증자 등을 통해 약 5000억원의 자금을 내부에 쌓아두고 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현대증권 처리 문제를 놓고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증권을 팔아 현대상선에 자금을 지원해도 현대상선의 유동성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최대 고민이다. 내년 말까지 현대상선이 갚아야 할 빚은 1조원이 넘지만 현대증권 매각으로 현대상선에 순유입되는 현금은 25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증권 지분을 사들인 뒤 현대상선의 경영권을 포기하거나 제3자 매각을 추진하는 방안을 함께 검토하고 있다. 현대 측은 이 경우 ‘알짜 계열사는 현대 측이 가지고 부실 계열사는 채권단에 떠넘긴다’는 식의 ‘꼬리 자르기 논란’이 생길까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채권단 내부에서도 현대상선 차입금 규모(4조6000억원)를 고려할 때 현대 측이 현대상선과 현대증권 경영권을 모두 포기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제기되고 있다.
산업은행은 일단 현대 측의 대출금 상환 계획은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계열사 구조조정 방안은 새 자구안을 토대로 정부와 협의해 확정할 계획이다.
좌동욱/김일규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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