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해운업계 재편 가속] 머스크도 실적 반토막…해운업계 살떨리는 'M&A 생존경쟁'

입력 2015-11-10 18:13  

7년 넘는 장기불황 시달려

중국, 양대 국적 선사 합병 선언
싱가포르 APL사 인수전엔 세계 1·3위 업체 뛰어들어
10억弗 이상 M&A만 5건 넘어…글로벌 해운 동맹 재편 빨라져



[ 김보라 기자 ] 7년 넘게 장기 불황에 시달려온 글로벌 해운업계가 대형 인수합병(M&A)을 통해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양대 국적 선사인 COSCO와 CSCL을 합병하기로 했다. 합병 해운사가 탄생하면 세계 4위가 된다. 그런가 하면 세계 1, 3위 선사인 덴마크 AP묄러-머스크(머스크)와 프랑스 CMA CGM은 매물로 나온 싱가포르 APL 인수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해운업계에서는 M&A를 통한 세계 해운사 재편이 끝나면 결국 덩치가 큰 업체들이 시장을 지배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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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선사, M&A 봇물

세계 1위 해운사인 덴마크의 머스크는 지난 4일 4000명을 감원하는 등 구조조정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6일에는 3분기 실적이 전년 동기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고 발표했다. 해운업계에서는 “10년 이상 독보적 1위를 유지해온 해운 공룡 머스크마저 성수기인 3분기 실적이 반 토막 나고 긴축 경영에 들어간다는 것은 해운업계가 당분간 불황의 터널에서 빠져나올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는 증거”라고 해석했다.

해운업계의 불황이 장기화되자 해운사들은 자체 M&A를 통해 몸집을 불리는 방법으로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이미 1만80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이상 초대형 선박을 보유하거나 발주를 마친 대형 선사들이 주요 인수 주체로 나서고 있다. 대형 선사들은 중소형 선사의 지분 전체를 사들이거나 정기선 사업부만 인수하는 방식으로 자사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있다.

중국의 해운사 통합을 견제하고 있는 머스크는 APL을 인수할 채비를 끝냈다. 세계 3위인 프랑스의 CMA CGM도 APL 인수를 통해 북미 항로를 강화, 1위인 머스크를 넘보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 지난해에는 독일 하팍로이드가 칠레 CSAV의 컨테이너선 부문을 인수하며 단숨에 세계 4위 선사로 뛰어올랐다. CMA CGM은 독일 OPDR을 인수했고, 독일 함부르크수드는 지난 2월 칠레 CCNI의 정기선 부문을 1억6000만달러(약 1650억원)에 사들였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싼값에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충하고 터미널 활용 경쟁력, 인건비 절감 효과를 높이려는 목적으로 M&A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과거 유럽 선사 간 거래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대륙 간 M&A도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PwC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세계 해운물류산업 부문에서 54건의 M&A가 이뤄졌다. 규모는 272억달러였다. 이 중 10억달러 이상의 대형 M&A는 5건이다. 평균 M&A 거래 규모는 5억6400만달러였다.

○해운동맹 재편 불가피

글로벌 해운업계의 M&A가 가속화하면 해운 동맹 재편도 불가피하다. 현재 해운시장은 상위 20개사가 전체 시장의 90%를, 하위 80개사가 나머지 10%를 점유하는 독과점 체제다. 상위 20개사는 2M, G6, CKYHE, O3 등 동맹을 맺고 있다. 한국 양대 선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도 각각 CKYHE, G6에 속해 있다. 김우호 해양수산개발원 해운해사본부장은 “해운사 간 순위 다툼이 치열해지면 2~3년 안에 동맹 역시 강자 중심으로 이합집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현재 논의 중인 국내 해운업계 구조조정도 단순한 기업 간 합병이 아니라 장기적인 경쟁력을 갖추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정책 금융 지원을 통해 선박을 확보하지 못하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해운업계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정부에 어려움을 호소해 왔지만 마땅한 자금 지원을 받지 못했다. 선주협회에 따르면 조선업계에 2008년 후 지금까지 13조9850억원이 지원되는 동안 해운업계에는 7760억원이 지원됐다. 이 기간에 매년 10개 이상, 모두 합쳐 80개 이상의 중소형 해운사가 퇴출됐거나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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