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서 가장 큰 신공학관 중견·중기에 내줘
4000명 석·박사 '히든 챔피언' 키울 주역으로
한경 이공계대학 평가도 산학협력 비중 확대키로
[ 오형주 기자 ] ‘서울대 공과대학 캠퍼스 마스터플랜’은 캠퍼스 내 기업 유치와 산학 클러스터 구축이 핵심이다. 철저한 반성을 통해 기존 한국 대학에선 찾아볼 수 없던 새로운 실험을 하겠다는 것이다.
서울대 공과대학은 지난 7월 스스로가 ‘홈런보다 번트로 1루 진출에 만족했다’는 자기반성을 담은 ‘서울대 공대 백서’를 펴냈다. 9월에는 선진 산업국과의 기술적 격차를 여전히 좁히지 못하고 있는 한국 산업의 현실을 날카롭게 진단한 《축적의 시간》을 출간해 반향을 일으켰다. 이건우 서울대 공과대학장은 “마스터플랜은 이 같은 문제제기의 연장선에서 나온 구체적인 행동”이라고 말했다.
○기술 상용화 등 시너지 기대
1997년 준공한 신공학관(301동, 302동)은 지하 2층~지상 15층 규모로 서울대에서 가장 크다. 주요 학과가 입주해 공과대학을 대표하는 상징성도 갖는다. 이 건물의 상당 면적을 중견·중소기업에 내주는 것에서 서울대 공과대학의 강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4000여명이 넘는 서울대 교수·대학원생 연구인력이 중견·중소기업과 결합하면 연구개발 성과를 상용화하는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까지는 서울대에서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하고도 상용화할 기업을 찾지 못해 사장되거나 해외 기업에 이전된 사례가 적지 않았다. 차국헌 화학생물공학부 교수는 “기술 상용화는 자체 연구역량이 충분한 대기업보다는 중견·중소기업이 더 적합하다”며 “서울대의 역량은 중견·중소기업을 도와 한국의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는 ‘감동의 스토리’를 탄생시키는 데 쓰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의 이공계 대학을 평가하는 한국경제신문도 내년부터 평가에서 산학협력 비중을 대폭 강화할 예정이다.
신·구공학관의 공간적 분리라는 서울대 공과대학의 고질적 문제도 극복될 전망이다. 구공학관과 신공학관(사진) 간 해발 고도 차이가 100m가 넘고 동간 최대 거리도 1㎞에 달해 응집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노후화가 심각한 반도체공동연구소도 이전·신축된다. 반도체공동연구소는 1985년 설립 당시만 해도 아시아 최대 교육용 ‘팹(반도체 제조설비)’을 갖추고 석·박사 1500여명을 배출해 ‘한국 반도체 신화의 산실’로 불렸으나 지금은 중국 대학들에 시설과 장비면에서 뒤떨어진다.
○‘논문만 쓴’ 상아탑의 반성
이 같은 파격적인 계획의 이면에는 서울대 공과대학 스스로의 반성이 자리하고 있다. 2000년대 초 정부의 두뇌한국21(BK21)사업에 발맞춰 내놨던 ‘세계적 수준의 연구중심대학’이라는 비전이 산업계와 점점 유리되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 역량의 지표가 되는 논문 실적에 치중하며 주요 학과는 2010년부터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 논문 수, 특허출원 등 양적 지표에서 세계 10위권으로 평가받는 등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톰슨로이터 조사에서는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의 지난 10년간 특허등록 건수가 7295건으로 미국 스탠퍼드대(6994건)를 앞서기도 했다.
하지만 공과대학 본연의 임무라고 할 수 있는 산업체 수요에 맞는 인력 공급과 산학협력 측면에서는 퇴보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 등 산업계 인사들로부터 “서울대 공과대학 졸업생 중 현장에 투입할 만한 인재를 찾기 어렵다”는 쓴소리(본지 9월17일자 A1면 참조)도 들었다.
연구중심대학을 표방하며 주력했던 원천기술 연구 역시 한국의 미래 먹거리 발굴에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다. 반면 경쟁상대라 할 수 있는 중국의 ‘C9’(베이징대·칭화대 등 9개 명문대) 대학은 거대한 시장과 막대한 투자를 바탕으로 짧은 시간 내에 무섭게 성장했다. 이종호 기획부학장은 “한국 반도체업계가 칭화대 등에서 쏟아져 나오는 우수한 학생들을 보면 소름이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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