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칼럼] '매뉴팩처 서울'의 화룡점정 될 면세점이어야

입력 2015-11-11 18:13  

패션한류 잠재력 응집된 서울 명소
수출산업 한 축인 면세점도 세워
K패션 웅비에 날개를 달아줘야

김석철 < 가천대 교수, 한국무역학회장 >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한가운데 ‘포에버21(Forever 21)’이란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가 있다. 이 회사 대표는 한국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친 재미동포 부부다. 21세 때의 감성과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의미로 브랜드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곳에서 팔리는 대부분의 의류가 서울 동대문에서 생산된 제품이라는 것이다. 새롭고 참신한 디자인으로 뉴요커의 사랑과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하니 뿌듯한 일이다.

면세점이라고 하면 고가의 해외 명품을 싸게 살 수 있는 곳으로 여기지만 시내면세점은 그 나라 수출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한다. 해외 명품을 되파는 것만이 아니라, 국내 중소·중견기업 제품을 외국 관광객에게 효과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중요한 판로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서울 명동 거리를 거닐다 보면 국산 전자밥솥을 안고 공항버스를 기다리는 관광객들을 만날 수 있다. 그 전자밥솥이 시내면세점을 계기로 세계적 브랜드로 성장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인데, 그러면 제2·제3의 히트상품은 무엇일까.

1980~1990년대 수출이 가전제품 위주였다면 요즘은 한류 열풍에 따른 소비재가 주를 이루고 있다. 한류 스타의 메이크업이 인기를 끌면서 화장품 수출이 급증하고 있고, 패션 아이템에 대한 인기도 높다. 그런데 화장품은 브랜드 마케팅도 활발하지만, 패션은 그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뉴욕은 2002년부터 10년간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 주도로 브루클린에 11만㎡에 달하는 봉제근로자 중심 센터를 구축했다. 디자인부터 연구 및 생산, 판매까지 원스톱으로 이뤄지는 클러스터를 통해 ‘메이드 인 뉴욕(Made in New York)’ ‘매뉴팩처 뉴욕(Manufacture New York)’이라는 브랜드를 창출하고 경쟁력을 높였다.

서울은 역사적·문화적 가치가 뛰어날 뿐 아니라 ‘매뉴팩처 뉴욕’을 뛰어넘을 만한 잠재력을 갖춘 곳이 많다. 이미 뉴욕을 뛰어넘는 수준의 봉제공장과 디자이너가 결집해 있고, 외국 관광객을 사로잡을 볼거리와 먹거리가 넘치는 곳도 존재한다. 다만 그곳에는 판매와 마케팅의 구심점 역할을 할 중요 요소인 면세점이 없어 아쉬움이 크다.

이번 시내면세점 입찰에 참여한 기업들의 각 입지에는 특장점이 존재한다. 그러나 한류, 그중에서 패션 한류의 수출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좋은 기회를 놓칠까 염려된다. 여러 후보지 중에서 우리 제품을 가장 잘 팔 수 있는 곳, 패션 한류 자체를 그대로 수출할 수 있는 곳이 어디인지 살펴봐야 한다. 또 여러 후보 기업 중에서 기간 내에 차질 없이 개점할 수 있는 기업이 어디인지, 검증된 능력으로 약속한 투자를 제대로 실천할 수 있는 곳은 어디인지도 잘 검토해야 한다.

시내면세점을 제대로 된 수출 산업으로 정착시키느냐 못하느냐의 기로에서 우리는 새로운 관광루트를 개척하고 다양한 한류를 수출할 수 있는 저변 확대 기회를 잘 살려야 한다. 비슷한 유형의 면세점을 비슷한 지역에 몰아넣고, 사업자끼리 제로섬 게임을 벌이게 한다면 시내면세점의 다양한 활용 가능성을 스스로 옭아매는 것과 다름없다. 그 제로섬 게임의 1차 희생자는 해외 관광객들이고, 2차 희생자는 우리 관광산업이며, 급기야 수출 산업의 발전도 가로막게 될 것이다.

김석철 < 가천대 교수, 한국무역학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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