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회사·자회사 함께 다른 기업 인수 길도 열려
M&A 기법 다양화…기업 사업재편 활기 띨 듯
[ 양병훈 기자 ] 기업을 인수합병(M&A)할 때 삼각분할합병과 삼각주식교환 등을 허용하는 상법 개정안이 12일 국회를 통과했다. 법이 3개월여 뒤 발효될 예정이어서 이르면 내년부터 이런 M&A 사례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현행 상법은 기업 M&A 시 대상 회사가 모회사 주식을 취득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대기업이 벤처기업을 흡수합병할 때 해당 벤처기업 주주는 대기업 모회사 주식을 대가로 받을 수 있다. 2011년 상법 개정으로 이런 삼각합병 방식이 도입됐다.
그러나 분할합병과 주식교환을 할 때는 모회사 주식을 대가로 주는 건 여전히 금지돼 있다. 시장에서 이런 방식의 M&A 수요가 있었지만 시장 질서를 교란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도입이 미뤄져 왔다.
하지만 이날 법안 통과로 남아 있던 빗장이 풀렸다. 분할합병과 주식교환을 할 때도 모회사 주식을 대가로 주는 게 가능해졌다. 이른바 삼각분할합병과 삼각주식교환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이 재무상태, 경영상황 등을 고려해 선택할 수 있는 M&A 경로가 훨씬 다양해지고 넓어졌다.
지금까지 중소·벤처기업이 M&A를 통해 자금을 회수하는 경우는 0.4%로 극히 적었다. 기업공개(IPO) 등 상장을 통해 회수하기까지 미국, 유럽연합(EU), 이스라엘, 중국 등 주요 선진국은 평균 3~6년이 걸리는 반면 한국은 12년가량 소요됐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번 상법 개정안 통과로 중소·벤처기업 M&A시장이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경기 불확실성 속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보다 유연한 사업재편 전략을 펼칠 수 있게 됐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제계는 역(逆)삼각합병이 가능해졌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역삼각합병을 하면 대상 회사를 그대로 존속시키면서 모회사와 합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일부 벤처기업은 사업상 별도의 계약에서 ‘특허권 등을 유지하려면 법인격을 존속해야 한다’는 요건을 두고 있거나 ‘최대주주를 변경할 수 없다’는 규정을 두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피하면서 M&A를 하는 길이 열린 것이다. 효율적인 사업구조와 자본력을 가진 대기업이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한 벤처기업을 역삼각합병함으로써 첨단 기술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개정안은 이 밖에 영업양수도를 할 때 주주총회 결의를 이사회 승인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간이 절차를 도입하는 내용도 담았다. 영업을 양수하려는 회사가 상대 회사 주식의 90% 이상을 소유하는 경우와 상대 회사 총주주의 동의가 있는 경우에 이 같은 간이 절차를 적용토록 하는 내용이다.
규정상이 아닌 실무상으로 인정되던 무의결권 주주들에 대한 笭캡탉稚뺑릴?행사, 합병·분할 시 회사의 자기주식 교부 등과 관련한 명문 규정도 이번 개정안에 포함됐다. 무의결권 주주들에게도 주주총회 소집을 통지하도록 규정함으로써 주주의 권리를 보호토록 했다.
■ 삼각주식교환
모회사와 자회사로 구분된 A-a사가 B사를 공동 인수하는 경우의 절차다. A의 자회사 a는 B와 포괄적 주식교환 계약을 맺는다. 그 뒤 a는 B의 주주에게 모회사인 A의 주식을, B의 주주는 a에게 B의 주식을 준다. 그러면 B의 주주는 A의 주주가 되고 B는 a의 자회사, 즉 A의 손자회사가 된다. 이처럼 인수대상회사가 손자회사가 되면서 그 대가로 모회사 주식을 인수대상회사 주주에게 주는 것을 일컫는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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