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칼럼] 부동산 통계, 주거실생활 보여줄 수 있어야

입력 2015-11-13 18:02  

"주택시장 겉모습에 초점맞춘 통계
국민 주거생활 파악하기엔 역부족
세분화된 통계로 정책불신 씻어야"

이인근 < LH 토지주택연구원장 >



최근 통계라는 단어가 언론에 자주 등장한다. 국민체감도와 동떨어진 결과로 통계의 신뢰를 떨어뜨린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통계는 사회의 다양한 현상을 수치로 산정해 보여줌으로써 현재의 상태를 진단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수단이다. 정부가 발표하는 통계는 정부가 국민 생활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잣대가 된다.

최근 부각된 부동산통계 논란은 국민의 재산과 주거안정에 직결되기 때문에 더욱 관심이 크다. 정부는 통계의 정확성을 높였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국민은 자신의 삶과 비교할 때 너무 동떨어진 결과라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통계 따로, 민심 따로’라는 말까지 나온다.

정부는 부동산시장 안정화를 위해 주택의 공급량과 거래량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기에 정부가 주목하는 통계는 주로 부동산 물량과 관련한 내용이다. 반면 국민은 소득과 눈높이에 맞는 주택정보에 관심이 있다. 정부는 부동산시장의 겉모습을, 국민은 속살을 보고 있기 때문에 恬맛?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부동산통계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주택보급률을 보자. 2013년 말 기준 주택보급률은 103%다. 집을 구하기 어려운 서울과 경기도조차 97%를 넘어섰다. 정부는 주택공급률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어 주택의 공급과잉이 우려된다고 한다. 국민은 그 많은 주택 중에서 내가 가진 주택이 없고, 이사할 만한 주택도 없다고 느낀다.

주택보급률이라는 통계에는 불편한 진실이 숨겨져 있다. 첫째, 주택보급률은 주택재고의 배분상태를 보여주지 못한다. 국내 자가보유율은 60%에도 이르지 못한다. 주택을 공급해도 내 집이 되는 경우가 많지 않은 것이다. 둘째, 주택의 품질을 보여주지 못한다. 주택보급률의 기준이 되는 주택 수에는 재건축 연한을 초과한 주택과 최저주거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주택도 포함돼 있다. 전문가들은 국민 눈높이에서 거주할 만한 주택으로 주택보급률을 산정하면 현재보다 최소 10%포인트는 낮아질 것이라고 말한다.

부동산거래와 관련한 통계 역시 현실을 적절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부동산거래 통계가 결과치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매물이 100채 나온 지역에서 50채가 거래된 것과 2채 나온 지역에서 1채가 거래된 것은 똑같이 50%의 거래성사율을 갖지만 부동산시장의 체감경기는 다르다. 주택 매물이 6개월간 지속적으로 나왔는지, 1개월 만에 집중적으로 쏟아져 나왔는지에 따라서 시장의 반응은 다르게 분석될 수 있다. 하지만 정부 통계는 단순히 증가와 감소, 상승과 하락, 보합이라는 제한된 용어로 발표되고 있다.

국민에게 필요한 통계는 주택보급률과 거래량의 총량적 내용이 아니다. 내가 가진 소득을 고려할 때, 내가 소유하거나 거주하고 싶은 주택이 어디에 얼마나 있으며, 언제쯤 소유와 거주가 가능한지를 알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통계의 대부분은 부동산시장의 외형적 모습만 보여준다. 그렇기에 국민의 실생활을 깊이 있게 파악하지 못하고 정부와 국민 간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부동산시장의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수준 높은 통계가 나와야 한다. 월세 증가로 인해 늘어나는 국민의 주거비 부담을 파악할 수 있는 통계, 주택노후도와 최저주거기준을 반영한 주택수, 지역단위로 세분화한 부동산통계가 필요하다. 또 행정자료의 가공을 통해 나오는 단순통계에서 나아가 국민의 체감경기와 단기적인 부동산시장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서베이 형태의 통계도 생산해야 한다. 국민이 바라는 부동산시장 안정화는 실생활을 정확히 보여주는 부동산통계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인근 < LH 토지주택연구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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