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닥다닥 비슷비슷한 주택 사이, 차별화된 디자인으로 승부
건축비 조금 더 늘어나지만 개성 살리는 주거문화
[ 문혜정 기자 ]
서울 마포구 합정동 마포한강푸르지오 아파트 인근 주택가에 자투리 땅 331㎡를 보유한 김모씨는 올 상반기까지만해도 원룸 형태의 도시형 생활주택을 지을 계획이었다. 지하철 2·6호선 환승역인 합정역이 가까워 젊은 층 임대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변에 비슷한 모양의 다세대주택이 많이 들어선 상태여서 차별화가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김씨는 고민 끝에 건축 방향을 틀었다. 지난 9월부터 지하 2층~지상 6층의 복층형 스튜디오를 짓고 있다. 업무와 숙식이 가능한 일종의 ‘소호(SOHO·사무실을 겸한 집)’ 공간이다.
보다 많은 임대수익 확보를 위해 층별로 원룸이나 투룸을 최대한 많이 넣는 일반적인 다가구·다세대주택 대신 복층 다가구나 수직형 다세대 등 새로운 형태의 빌라 건축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 합정동 건물은 지상 각층의 모든 가구를 경사진 지붕으로 설계했다. 바닥부터 천장까지 층고는 기존 2.8m보다 훨씬 높은 4~5.8m에 달한다. 사무실이나 작업실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세입자가 원할 경우엔 복층으로 공사할 예정이다.
김씨는 다닥다닥 원룸이 붙어 있는 건물은 공급도 많은데다 차별화도 쉽지 않아 지역 내 작은 랜드마크(지역 대표 건축물)가 될 수 있도록 구상했다고 설명했다. 이 건물은 위·아래층의 접촉면이 좁아 층간 소음이 적다. 전면 유리창을 통한 채광이 쉬운 것도 장점이다.
최재희 광장건축사사무소 마케팅 이사는 “건축비가 일반 건물보다 10~20% 많이 들지만 홍대 지역의 독특한 분위기를 원하는 수요자들이 많아 임대료를 차별화해 수익을 맞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 중랑구 면목동 주택가에 부지 165㎡를 소유한 이모씨는 기존 통념을 깨는 수직형 가구의 다세대주택을 최근 완공했다. 건물 바닥면적 82㎡의 4층 건물로 1층 전면에는 슈퍼마켓이나 제과점 등이 들어올 수 있는 점포(전용 14.85㎡) 세 개를 뒀다. 1층 뒤편에는 다세대주택 세 가구의 출입문을 설치했다. 다세대주택은 가구별로 각각 1~4층을 모두 사용하는 구조다. 보통 다세대주택은 층별로 가구를 나누는 식인데 이씨는 수직 단위로 가구를 구성했다. 가구별 사생활 보호를 위해 4층 옥상정원에는 담이나 울타리를 설치할 계획이다. 한 가구가 사용하는 면적은 1~4층 모두 56~57㎡다.
이현욱 이현욱좋은집연구소장은 “임대수익을 극대화할 목적으로 비슷하게 지어지는 다가구·다세대주택은 자재나 선택품목을 고급화하더라도 차별화가 쉽지 않다”며 “지역 랜드마크를 원한다면 주택 공간의 개념을 새롭게 바꿔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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