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경제학을 매우 골치 아프고 어려운 학문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학에서 배우는 경제학은 수학 공식을 푸는 것이 주류다. 행렬에서부터 미적분, 라그랑지 함수에서 동태적 최적화, 확률 통계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수학문제를 풀고 있다. 수학을 공부하는 것인지 경제학을 공부하는 것인지 도통 알 수 없다. 물론 경제학 이론을 수학 공식을 이용해 간략하게 표현할 수는 있겠으나 수학 공식이 경제학의 주류를 이루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경제의 기본을 가르친다
그러나 사실 경제학은 복잡한 수학을 꼭 알아야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단순히 경제의 기본 원리만 이해하면 된다. 헨리 헤즐릿의 ‘경제학 1교시(Economics in One Lesson)’는 수학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심지어 경제를 전혀 모르는 사람도 경제학적 진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이다.
‘경제학 1교시’는 프레드릭 바스티아(Basitat)의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what is seen and what is not seen)’이라는 에세이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눈에 보이는 것만 고려하는 근시안적 사고가 시장에 어떤 해악을 미치는지 쉽게 설명하고 있다.
깨진 창을 예로 들어보자. 유리창이 깨질 경우 주인은 새로운 유리창을 주문해 교체하기 때문에 유리산업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단순히 눈에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유리창이 깨지지 않았을 경우, 주인은 돈을 그가 필요한 다른 곳에 지출할 수 있다. 만약 새로운 양복을 주문했다면, 그는 돈을 낭비하지 않고 필요한 것을 구입할 수 있었다. 그의 주문으로 인해 누군가는 양복을 만들어야 하며, 그곳에서 부가가치가 만들어져 고용이 창출되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눈에 보이지 않는 효과이다.
애석하게도 정책 입안자나 전문가, 심지어 경제학자들조차도 눈앞에 보이는 것만을 생각한다. 특히 현재 우리 사회의 학자나 정치인, 대학생, 전문가, 일반인 등 대부분의 사람은 단지 눈앞에 보이는 것만 생각한다. 무상급식, 무상의료, 반값 등록금, 기초연금, 근로시간 단축, 정년연장 의무화 등 사회 모든 현안에 대해 눈앞에 보이는 것만 생각하며, 여기에 찬성한다. 이러한 정책으로 관련 이해당사자들은 당연히 이익을 얻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눈에 보이는 효과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효과는 무엇일까? 이러한 ㅓⅥ涌〈?상당한 재원이 들어간다.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불특정 다수인 국민이 세금을 내야 한다. 세금을 낸 만큼 각 개인이 사용할 수 있는 소득이 줄어들게 되고, 그만큼 소비가 위축되어 경제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즉 눈에 보이지 않은 것까지 고려할 때, 이러한 정책은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여 시장에 상당한 해악을 끼치게 될 것이다.
눈앞에 보이는 단기적인 결과만을 생각하는 케인스식 사고방식이 실업, 인플레이션, 불황 등 현대 경제문제의 원인이라고 헤즐릿은 지적한다. 즉, 올바른 정책을 입안하고 현대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것까지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교훈, 교훈의 응용, 30년 이후의 교훈 3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에서는 만연해 있는 경제적 오류를 지적하면서 이를 수정하기 위한 경제학의 교훈을 설명하고 있다. 경제학이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사익추구와 부차적인 결과(secondary consequences)까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쁜 경제학과 훌륭한 경제학의 차이는 직접적인 결과만을 보느냐, 장기적이고 간접적인 결과까지 보느냐에 있다. 경제학은 어떤 행동이나 정책의 단기적인 영향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영향을 살펴보는 것이며, 또 정책이 특정 그룹뿐만 아니라 모든 그룹에 미치는 결과를 추적하는 것이라고 간단 명료하게 정의한다.
세금·일자리 창출이 뭐지?
제2장은 교훈의 응용 편으로 세금, 인플레이션, 관세, 일자리 창출, 특정 산업 살리기, 완전고용, 임대료 규제, 가격규제, 최저임금 등 각종 정부정책을 경제 원리에 입각해 설명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근로시간단축, 특정 산업 살리기, 이윤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근로시간 단축을 보자. 근로시간을 단축할 경우 시간당 임금변화가 없는 근로시간단축과 급여변동이 없는 근로시간단축을 비교하면 명백해진다. 시간당 임금변화 없이 근로시간을 단축한 경우를 보자. 만약 다른 조건이 모두 동일하고 실업이 존재한다면, 근로시간이 단축될 경우 일자리는 늘어날 것이다. 따라서 기존에 실업자인 사람이 고용되며, 기존에 고용된 근로자의 여가는 증가하고 급여는 감소할 것이다.
반면, 임금변화 없는 근로시간 단축의 경우를 보자. 이 경우에 임금변화가 없다는 것은 시간당 임금 상승을 의미하며, 이에 따라 기업의 생산비용이 증가하고 생산 또한 감소할 것이다.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비효율적인 회사들은 도산하게 되어 실업자를 증가시킬 것이며, 감당할 수 있는 회사 또한 생산비용의 증가로 생산이 감소할 것이다. 높은 생산비용과 공급 부족은 상품가격을 인상시켜 소비자들의 가처분 소득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다음주에 계속)
박양균 <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정책본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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