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주말드라마 '엄마'
[ 선한결 기자 ] MBC 주말드라마 ‘엄마’(연출 오경훈 장준호)가 잔잔한 가족 이야기로 공감을 얻고 있다. ‘엄마’는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막장’ 이야기 대신 뭉클한 가족애에 코미디적 요소를 더한 전형적인 가족드라마다. 오랜 세월 자식을 위해 희생하며 살아온 엄마 윤정애(차화연 분)와 자녀들이 사는 모습을 그리며 20%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주인공은 주변에 실제로 있을 법한 가족이다. 남편과 사별 후 혼자 4남매를 키운 윤정애는 평범한 삶 속에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다. 서울 변두리에 자기 명의의 집과 떡집도 있다. 떡집 운영을 돕는 속 깊은 맏딸 윤희(장서희 분), 건실한 은행원인 맏아들 영재(김석훈 분), 사업을 하겠다며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둘째 아들 강재(이태성 분), 의대생인 막내딸 민지(최예슬 분)를 보며 “남부럽지 않게 자식들을 잘 키워냈다”고 흐뭇해한다.
하지만 자식들의 결혼과 직업 선택 등 중요한 일이 겹치며 갈등이 생긴다. 영재가 결혼할 여자라며 데려온 부잣집 딸은 정애의 평범한 집을 보고 실망한 기색을 감추지 않는다. 막내딸 ?의사 대신 배우가 되겠다며 몰래 학교를 자퇴한 상태다. 설상가상, 리조트 사업을 벌이려던 강재의 일이 잘못돼 정애의 집과 떡집마저 남의 손으로 넘어간다. 형편이 어려워지자 윤희는 동생들과 함께 엄마를 돈 많은 사업가와 재혼시키려는 계획을 세운다. 울화가 치민 정애는 “엄마 노릇 그만하겠다”고 선언하고 집을 나가 버린다.
이 드라마는 전통적인 어머니상이 현대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자식만 바라보며 늘 희생하던 정애는 점점 주도적으로 자기 삶을 찾아 나선다. 지난 8일 방송된 20회에서 정애는 술에 취한 채 가난 때문에 포기했던 어린 시절 꿈을 생각하며 회한에 젖었다. 그는 “아버지께 무용을 배우고 싶다며 어렵게 말을 꺼내 봤지만 ‘어림없는 소리 한다’는 대답만 돌아왔다”며 가게 아르바이트생에게 춤을 보여줬다. 자식들에게는 “유산은 혼자 쓸 것이니 아무도 관심 두지 말라”고 단언했다.
연애도 마찬가지다. 정애는 자식들이 등 떠미는 부자와 결혼하는 대신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사랑을 찾아 나선다. 며느리가 옷과 화장품을 사다 주자 큰돈을 썼을 거라 걱정하면서도 자신이 여자임을 알아준 데 대해 고마움을 나타낸다.
각각 성격이 뚜렷한 자녀들은 극의 현실성을 더한다. 윤희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동생들을 보살피며 많은 것을 포기했다”며 맏이로서 겪은 어려움을 보여준다. 영재는 아내와 어머니 사이를 중재하며 고민하고, 민지는 자신의 꿈과 가족의 기대 사이에서 갈등한다. 연출을 맡은 오경훈 감독은 “이웃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한다”며 “가족 간 갈등과 나이 든 사람들이 겪는 외로움, 세대별로 달라진 삶의 모습과 화두를 골고루 짚어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50부작 이야기가 자극적인 소재 없이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 첫 회 시청률 15.4%로 시작한 드라마의 시청률 상승세는 지지부진하다. 동시간대 전작 ‘여자를 울려’가 시청률 25%를 넘기며 종영한 것에 비하면 아쉬운 수치다. 오 감독은 “부모·자식을 둘러싼 통쾌한 복수극은 중후반에 걸쳐서 나오지만 복수라기보다 과정상 갈등 조정, 화해로 이끌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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