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까지만 해도 테러는 정치적 목표물을 겨냥했다. 정부나 공공기관 등 하드 타깃(hard target)이 주요 대상이었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과녁이 달라졌다. 무장하지 않은 민간인, 즉 소프트 타깃(soft target)까지 무차별로 공격하고 있다. 2001년 9·11테러로 수많은 민간인 사상자가 난 뒤 세계로 확산되는 추세다.
소프트 타깃은 큰 위험이나 저항 없이 불특정 다수를 공격할 수 있기 때문에 파급효과를 극대화하려는 테러 집단이 주로 이용한다. 얼마 전 무고한 시민 102명이 희생된 터키 앙카라의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폭탄 테러, 14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태국 방콕 도심 테러가 그랬다. 지난해 말에 141명이 희생된 파키스탄 탈레반 반군 테러와 호주 시드니 도심의 카페 테러도 마찬가지다.
소프트 타깃을 노린 테러는 적은 수의 인원으로도 가능하다. 지난주 금요일 저녁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자행된 파리 연쇄 테러도 10명 미만의 범인에 의해 저질러졌다. 이 같은 비극은 거의 모든 대륙에서 일어나고 있다. 2008년 188명의 사망자를 낸 인도 뭄바이 테러도 도심 번화가에서 10명의 무장괴한이 벌였다. 2004년 스페인 마드리드 기차역에서 동시다발 吠?테러로 200명이 죽고 1200여명이 다친 것도 비슷한 케이스다. 2005년 영국에서 발생한 지하철과 버스에서의 폭탄 테러는 출근길 시민을 목표로 삼았다.
올 4월 케냐 대학에서는 이슬람 무장단체 알샤바브의 공격으로 학생 등 148명이 희생됐다. 이 단체는 2013년 9월에도 케냐 수도 나이로비의 쇼핑몰에서 67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나이지리아의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보코하람이 수업 중이던 여학생 276명을 납치했다.
무차별 테러는 국제정세 변화와 맞물려 갈수록 흉포화하고 있다. 이번 파리 참사도 난민 유입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과 테러 위협이 겹쳐진 결과다. 정치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파장까지 크다. 파리 테러를 기점으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 유럽 경기는 다시 침체할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경기둔화가 심각해지면 세계 금융시장도 흔들릴 수 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이성적인 시민들의 ‘소프트 파워’다. 통행금지령이 내려진 파리의 택시기사들은 무료로 사람들을 태워 날랐다. SNS엔 당장 피할 곳 없는 누구에게든 피난처를 제공하겠다는 파리 시민들의 글이 ‘#Porte Ouverte(열린 문)’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올라왔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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