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바치 70년' 현암사…"젊은 출판사로 재도약"

입력 2015-11-15 18:31  

'책을 말하다'전 연 조미현 대표


[ 박상익 기자 ] ‘현암사 70년, 책을 말하다’ 전시가 열리고 있는 경기 파주출판도시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기념전시장엔 이승만 김구 신익희 등 해방 정국 인사들이 쓴 휘호가 걸려 있다. 김구 선생의 ‘誓海魚龍動盟山草木知(서해어룡동맹산초목지·바다에 서약하니 물고기와 용이 감동하고 산에 맹세하니 초목이 알아준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其命維新(기명유신·오래됐으나 그 뜻이 새롭다)’ 등이 관람객의 눈길을 모은다. 현암사를 창업한 현암 조상원 선생(1913~2000)이 1945년 12월 ‘건국공론’을 창간했을 때 당대 지도자들이 보낸 글이다. 지난 12일 전시 개막식에서 만난 조상호 나남출판 회장은 “이 글들은 혼란스러운 해방정국에서 정부가 미처 하지 못했던 역할을 출판사가 해왔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올해 70돌을 맞은 ‘해방둥이 출판사’ 현암사가 “3대로 이어지며 전해 내려온 ‘책바치(책을 만드는 장인)’ 정신과 70년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새로이 100년을 향한 발걸음을 다진다”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첫 출판물인 시사종합지 ‘건국공론’, 현암사의 상징인 대한민국 최초의 법령집 ‘법전’을 비롯해 고(故) 박경리 선생의 대표작 《김약국의 딸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의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소설가 황석영의 대하소설 《장길산》 등의 초판본을 볼 수 있다. 이 밖에 현암사가 펴낸 책 중 출판계에 의미가 있다고 판단한 서적과 삽화가 1945년부터 올해까지 10년씩 시대를 구분해 전시돼 있다.

2009년부터 현암사를 이끌고 있는 조미현 대표(45)는 창업주 손녀이자 2대 조근태 전 대표(1942~2010)의 딸이다. 이화여대 섬유예술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조 대표는 교수가 되려고 했지만 가업을 이으라는 아버지의 청을 뿌리치지 못했다. 전시장에서 만난 조 대표는 “선대가 남긴 흔적을 되돌아보며 70년의 무게를 온몸으로 느꼈다”며 “기록으로만 남은 줄 알고 있던 옛 자료들을 창고에서 발견한 것은 전시를 준비하면서 거둔 작은 수확”이라고 말했다. 그는 “70주년을 맞은 것이 기쁘기도 하지만 오랜 역사를 절감해 마음이 무겁다”며 “신의와 성실은 목숨과도 같다는 선대의 뜻을 지키면서 현암사를 더 젊고 튼튼한 회사로 만들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전시는 오는 30일까지 열린다. 21일에는 현암사에서 동화작가 이상권, 28일에는 서평가 이현우 씨의 특강이 열린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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