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롱당한 대한민국 공권력] 법 위에 시위대…쇠파이프·벽돌 들고 세종대로 '7시간 점령'

입력 2015-11-15 18:47  

현장 리포트

시위대, 청와대 앞 진출 시도
'차벽 역할' 경찰버스 14대 파손

"아픈 아이 있다" 길 열어달래자
"왜 차 갖고 왔나, 돌아가라"
SNS서도 "이게 정상이냐"

60대 남성, 물대포 맞고 병원 이송



[ 노경목/김동현/박상용 기자 ] “열 맞춰서! 깃발 따라 빨리 차벽 전면으로 이동합시다!”

지난 14일 오후 6시50분께. 건장한 체구의 노동자 수백명이 청계천 방향에서 세종로 사거리 쪽으로 이동했다. 민주노동조합총연맹 소속 조합원인 이들은 하나같이 비옷을 입고 두건으로 얼굴을 가렸다. 서울광장에서 집회를 마치고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던 ‘민중총궐기 대회’ 참가자들의 행렬이 경찰의 차벽에 막혀 2시간 넘게 멈춰 서 있던 때였다. 때를 맞춰 이곳저곳에서 미리 준비한 밧줄이 대열 전면으로 옮겨졌다. 쇠파이프를 들고 이동하는 시위대도 보였다. 보도블록을 쪼갠 뒤 차벽 너머로 던지기도 했다.

이들이 대열 전면에 나선 지 20분 만에 광화문을 마주보고 오른쪽 맨끝 버스 한 대가 시위대 쪽으로 끌려나왔다. 경찰은 시위대가 밧줄을 묶는 바퀴 구멍을 실리콘으로 채우고, 버스를 서?연결해 맞섰지만 버스 창문을 때려부수고 밧줄을 연결하는 시위대에 속수무책이었다. 차벽 위에 있던 경찰들은 급히 대피하고, 열린 공간 사이로 시위대가 비집고 들어갔다. 시위대는 경찰 버스가 한 대씩 끌려나갈 때마다 함성을 올렸다. 이렇게 차벽에서 끌려나온 5대 등을 포함해 경찰버스 14대가 파손됐다.

◆7시간 동안 ‘해방구’된 세종대로

이날 참가한 시위대 규모는 경찰 추산 6만8000명. 예상 인원 10만명에 비해서는 적었지만 종로 등 도심 일대를 마비시키기에는 충분했다. 시위대는 학생, 빈민 등으로 교대해 가며 차례로 차벽 무력화를 시도해 폭력 시위는 밤 11시까지 계속됐다. 경찰은 밧줄을 매 끌어당기는 시위대를 향해 최루액을 섞은 물대포를 쐈다. 종로구청 입구 사거리에서는 경찰버스를 밧줄로 당기던 백모씨(69)가 경찰이 쏜 물대포를 직격으로 맞고 의식을 잃어 과잉진압 논란을 낳기도 했다. 오후 9시 넘어서는 일부 시위대가 횃불을 들고 경찰을 향해 던지는 모습도 보였다.

그 와중에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세종로 사거리까지 8차선 도로 500m는 7시간가량 시위대가 통제하는 해방구가 됐다. 한 여성 운전자는 “아픈 아이가 타고 있다”며 길을 열어줄 것을 부탁했지만 시위 참가자들은 “왜 이런 곳으로 차를 몰고 왔느냐”고 맞섰다. 결국 여성 운전자는 차를 돌려 나가야 했다. 한 방송사 기자는 시위대에 기자증을 빼앗기기도 했다.

◆수험생들 불편…보수단체 맞불 시위

이날 집회가 열린 혜화역 인근 성균관대에선 논술고사를 보러 온 수험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성균관대 관계자는 “시험 시작 시간이 거의 다 돼 도착한 학생도 있어 학교 정문부터 시험을 치르는 건물까지 승합차 2대를 운행했다”고 설명했다. 경남 창원에서 온 김태곤 학생(19·신월고)은 “서울역에 내려 버스를 탔는데 집회 때문에 길이 너무 막혔다”며 “어딘지도 모른 채 중간에 내려 사람들한테 길을 물어 지하철을 타고 왔다”고 말했다.

일부 보수단체는 이날 오후 서울역 인근에서 ‘맞불 집회’를 열었다. 역사교과서대책범국민운동, 애국단체총협의회 등은 5000명이 참여하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지지 집회를 벌였다.

네티즌은 포털 댓글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시위대에 비판적인 반응을 쏟아냈다. 네이버 아이디 ‘cend****’는 “시위가 폭력적으로 변질되면 경찰은 최루탄이든 뭐든 사용할 수밖에 없다”며 “경찰과 무고한 시민들은 무슨 죄냐”고 했다. 네이버 아이디 ‘zza****’는 “시위 내용이 무엇이든 청와대로 진출하려는 시위대를 막지 않는 게 정상이냐”며 “청와대 진출 시도는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노경목/김동현/박상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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