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불거진 서울 사대문 안 혼잡통행료 논란

입력 2015-11-15 18:57  

부과 근거 마련 나선 서울시…연말께 '녹색교통지역 지정' 신청

남산 1·3호 터널 부과 통행료 도심까지 확대 추진
'또 다른 부담'에 반발 불보듯



[ 강경민 기자 ] 이르면 내년부터 서울 사대문 안이 승용차보다 보행자와 대중교통이 우선하는 ‘녹색교통진흥지역’으로 지정될 전망이다. 녹색교통진흥지역으로 지정되면 차량에 혼잡통행료를 부과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긴다. 현재 남산 1·3호 터널 통과 차량에 2000원을 부과하는 혼잡통행료가 서울의 다른 도심지역으로 확대되는 것이다.

서울시는 서울성곽(한양도성) 내부 16.7㎢를 녹색교통진흥지역으로 지정하기 위해 연말께 국토교통부에 신청할 계획이라고 15일 발표했다. 녹색교통진흥지역은 2009년 제정된 ‘지속가능 교통물류 발전법’에 따라 국가교통위원회 심의 후 결정하는 특별교통대책지역 중 하나다. 2017년에 보행공원으로 바뀌는 서울역고가도로를 중심으로 사대문 안을 보행친화도시로 조성하겠다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의지가 담겨 있다.

시는 연말까지 한양도성 녹색교통진흥지역 기본계획을 세운 뒤 내년 3월께 국토부에 심의를 신청할 계획이다. 심의를 통과하면 내년 연말까지 세부 추진계획을 마련해 2017년 1월부터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녹색교통진흥지역으로 지정되면 △교통수요 관리 △도로 다이어트 △친환경 신(新)교통 시스템 설치 사업 등을 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다. 교통수요 관리의 대표적 정책은 혼잡통행료 징수다.

시는 2013년 1월 서울을 보행자 중심의 ‘보행친화도시’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뒤 혼잡통행료 징수 여부를 내부적으로 검토해왔다. 지난해 서울연구원에 발주한 관련 용역에서도 남산 1·3호 터널 통과 차량에 부과 중인 혼잡통행료를 도심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시 고위 관계자는 “보행친화도시를 조성하는 데는 ‘부담금’으로 차량 수요를 억제하는 방안이 효과가 가장 크다”고 강조했다. 혼잡통행료는 특정 구역을 설정해 폐쇄회로TV(CCTV)가 이 지역에 진입하는 차량의 번호판을 찍은 뒤 전자시스템으로 차량 소유자에게 사후 징수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런던의 혼잡통행료 징수 방식과 비슷하다.

다만 시는 용역 결과와 공청회 등으로 공론화 과정을 거친 뒤 도입 시기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시는 기존의 혼잡통행료를 사대문 안으로 확대할 경우 여론의 역풍을 맞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도심으로 진입하는 자동차를 억제하겠다는 취지지만 시민들에게 또 다른 부담이 될 수 있어서다. 오세훈 서울시장 재직 시절인 2008년 시는 백화점 등 도심에 있는 대형건물에 승용차를 몰고 가면 혼잡통행료 4000원을 징수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여론의 거센 반발로 무산됐다.

시 고위 관계자는 “녹색교통진흥지역으로 지정된다 할지라도 곧바로 혼잡통행료를 징수할 가능성은 낮다”며 “보행친화도시 조성을 위한 장기 과제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혼잡통행료

교통난을 해소하기 위해 교통혼잡지역을 통행하는 차량에 통행료를 거두는 제도. 서울에선 1996년부터 남산 1·3호 터널을 통행하는 차량을 대상으로 2000원을 징수하고 있다.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미국 맨해튼, 싱가포르 등에서 시행 중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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