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비스타일 박칠구 대표가 61세에 개명(改名)한 까닭은…

입력 2015-11-15 19:39  

현장에서

김용준 중소기업부 기자 junyk@hankyung.com



[ 김용준 기자 ] 아동용 내의업체 지비스타일의 박용주 대표(61·사진)가 지난 주말 기자들을 점심식사 자리에 초대했다. 지비스타일의 ‘무냐무냐’는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유일한 토종 브랜드다. 그는 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메인비즈협회) 회장도 맡고 있다.

박 대표는 “제가 이름을 바꾼 것을 알리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고 했다. 그의 원래 이름은 박칠구였다. 일곱째 아들이란 뜻이었다. 사람들은 칠구란 이름이 촌스러워 개명(改名)했다고 생각했다. 개명 신청 사유도 “어릴 때부터 놀림의 대상이었다”고 썼다. 식사가 마무리될 즈음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개명한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며 “제 인생의 두 가지 목표를 이뤄 새로운 삶을 살고 싶어 이름을 바꿨다”고 말했다.

첫 번째 목표는 칠구라는 이름에 맞게 매출 700억원을 넘기는 것이었다. 올해 매출 750억원으로, 목표를 달성했다. 그는 대학을 가는 게 또 다른 목표였다며 최종 학력이 중학교 졸업이라고 밝혔다. 처음 학력을 공개한 뒤 그는 눈시울을 붉혔다. 박 대표는 학력 얘기가 나오면 창피해서 제대로 말도 못했다고 했다. “메인비즈협회 회장을 맡으라고 할 때도 중졸이라는 학력이 걸려 끝까지 고사했다”고 했다. 아이들이 학교에 제출하는 부모 학력란에는 고졸이라고 적었다. 아이들이 상처받는 게 싫었기 때문이다.

그는 1954년 가난한 집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중학교 졸업도 쉽지 않던 시절이었다. “어릴 때 소를 먹이고 농사를 짓다 보니 공부할 형편이 안 됐다. 아버지에게는 막내아들보다 집안을 먹여 살리는 소가 더 중요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고 말했다. 그는 어려서 울산에 있는 섬유회사에 취직해 일했다. 서울로 올라와 남대문에서 장사도 해봤다. 1991년 창업해 중졸 학력으로 매출 700억원대 회사를 일궜다.

박 대표는 말을 이어갔다. 그는 “올해 검정고시에 합격해 대학을 갈 수 있게 됐다”며 “이름을 바꾼 진짜 이유”라고 했다. 사업을 하면서, 몇 달간 서울 신설동 수도학원 새벽반을 다녔다. 해외 출장을 갈 때도 검정고시 시험을 위한 책을 잊지 않았다. 남 몰래 외국 호텔방에서 검정고시를 준비했다. 지난 8월 검정고시에 합격, 대학 갈 자격을 얻었다. 내년에는 기업인을 대상으로 특별전형을 하는 대학에 입학할 예정이다. 그는 70살이 되면 철학박사 학위를 따고 싶다고 했다. 가족들에게도 최근에야 이 소식을 전했다. 마지막 인사말을 위해 일어섰다. “저는 새로 태어났습니다. 이름도 바꾸고, 대학도 가고, 새로운 기업의 목표도 세웠습니다. 내년이면 두 살이 되는 저를 응원해 주십시오.”

기업에는 나이가 없다고 한다. 혁신을 통해 새로 태어나면 그때 다시 젊은 기업이 된다는 것이다. 기업인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새로운 무언가를 향해 끝없이 도전하는 기업인에게 나이는 의미 없는 숫자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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