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살 앓는 바다…생명이 사그라진다

입력 2015-11-15 19:49  

사이언스지, 기후변화 첫 경고 50년 맞아 재조명

산업화로 이산화탄소 급증…산성화로 수중생태계 '붕괴'
UNEP "산호 75% 생존 위협"

바닷속 변화, 먹이사슬 교란…인간·포유류까지 영향 확대
기후변화로 해안수면 상승…2억 명 보금자리 잃을 수도



[ 박근태 기자 ] 영국과 노르웨이에 둘러싸인 북해에선 최근 수년 새 바닷새들의 번식률이 떨어지고 있다.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고 해류가 바뀌면서 물고기 먹이인 동물 플랑크톤 개체가 줄어든 탓이다. 플랑크톤을 먹고 사는 까나리가 줄어든 데다 먹잇감이 부족해진 대서양 청어가 까나리 치어를 잡아먹으면서 바닷새의 영양 상태가 나빠진 것이다. 2012년 남극 대륙붕에서는 이전까지 발견되지 않은 킹크랩이 대량으로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대기 중이나 육지와 달리 바닷속에서 벌어지는 기후변화는 쉽게 눈에 띄지 않고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된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1965년 대통령 과학기술자문위원회(PCAST)가 린든 존슨 대통령에게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이 지구에 치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내용의 첫 경고를 내놓은 지 50년을 기념해 바다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후변화를 조명했다.

◆지구온난화 완충하는 바다

지구 표면은 물로 구성된 바다가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바다는 뜨거워진 대기에서 열을 흡수하면서 온난화 속도를 줄이는 ‘완충장치’ 역할을 한다. 대기 중으로 배출된 열의 90%가 바다로 흡수된다. 바다는 또 각종 산업 활동으로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대량으로 흡수하고 있다. 지구 바닷물이 해마다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는 24억~34억t으로, 이는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30%인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바다는 점점 병들어 가고 있다. 바닷물에 이산화탄소가 점점 많이 녹아들면서 바다 표면은 심각한 산성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바다가 산성화되면 바다 먹이사슬의 핵심인 식물 플랑크톤이나 산호초가 제대로 자라나지 않아 생태계가 붕괴한다. 어류는 물론 바닷새, 바다거북, 북극곰과 같은 포유동물의 생존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최근 들어서는 바닷물에 녹아있는 산소 농도도 떨어지고 있다. 주로 아열대나 열대지역에서 발견되는 ‘산소극소대역’은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이 지역은 일부 미생물에게는 천국이지만 대부분의 어류와 포유류가 살 수 없는 척박한 곳이다. 일부에선 이런 변화가 대멸종의 전조라고 말하기도 한다.

◆전 세계 산호 4분의 3 위협

바다 생물에게 보금자리를 제공하는 산호와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았던 심해 지역은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전 세계 산호의 75%가 생존에 위협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고 산성화가 진행되면서 차가운 물에 살던 산호 군락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전 세계 바다의 64%를 차지하고 생물 다양성을 유지하는 마지막 보고인 심해 역시 따뜻한 물과 이산화탄소 등이 유입되면서 심각한 환경 변화를 겪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리사 레빈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심해는 그동안 환경 변화를 거의 겪지 않아 생물들이 오랫동안 천천히 진화해 왔다”며 “이런 지역일수록 환경 변화의 충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바닷속 환경 변화가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오히려 킹크랩, 오징어와 같은 일부 생물은 서식지가 넓어지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복잡하게 얽혀 있는 먹이사슬에 교란이 발생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윌리엄 사이드먼 미국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진화는 오랜 시간에 걸쳐 일어나기 때문에 동·식물들이 얼마나 빨리 환경 변화에 적응하느냐가 생존을 가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80여년 후 2억명 보금자리 잃어

에드워드 앨리슨 미국 워싱턴대 교수는 2100년까지 기온이 약 4도 상승하면 태평양 인도양 대서양 일대의 섬과 해안가에 사는 1억8700만명이 보금자리를 잃을 것으로 전망했다. 저개발 국가들은 기후변화에 기여한 바가 적은 데도 해수면 상승에 따른 피해를 고스란히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나딘 브리 프랑스 소르본대 교수는 “현재 바다에서 일어나는 환경변화에 관한 논의는 대부분 연안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정책적 공백을 막기 위해서라도 대양과 해저로 관심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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