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은 작은 음악 콘서트홀"…세계 음향학자들 '한옥 예찬'

입력 2015-11-16 18:00  

마루는 울림통 역할
서까래는 음의 난반사 유도
잔향 길게 해 소리 풍성해져



[ 박근태 기자 ]
“한국 전통 주택인 한옥에서 악기를 연주하면 평소에는 듣기 어려운 매우 빼어난 소리가 울려 퍼진다. 마루가 마치 방안 각 구석에 사운드박스를 세워놓은 것처럼 울린다.”(미국음향학회 소개자료)

지난 5일 미국 플로리다주 잭슨빌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음향학술회의인 ‘미국음향학회’에서는 한옥의 소리에 관한 특별한 발표가 있었다. 학회 측은 이례적으로 배명진·김명숙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 교수 연구진이 투고한 한옥의 음향학적 분석 결과에 대한 자료를 내고 관심을 환기했다. 학회 측은 이번 대회에 투고된 논문 700편 가운데 특별히 이 논문을 골라 소개했다.

연구진은 외국 관광객이 한옥에서 열리는 국악 연주에 매료되는 까닭을 한옥 구조가 자아내는 독특한 음향적 특성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배 교수는 “땅과의 사이에 공간이 있는 한옥의 마루구조는 거문고와 가야금처럼 낮은 주파수 악기가 잘 울려 퍼지는 특성이 있다”며 “현대식 음향기기인 우퍼처럼 낮은음은 구석구석 전하는 울림통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한옥이 마치 수백석 규모의 콘서트홀과 비슷한 음향적 특성을 가진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나무살과 한지로 만든 한옥의 창문은 높은 주파수나 낮은 주파수 소리를 흡수하는 반면 사람 목소리와 비슷한 중음 영역의 소리를 반사한다. 또 사람이나 악기가 내는 소리는 일반적으로 위로 울려 퍼지는데 아치 모양의 한옥 천장 구조는 소리를 반사시켜 다시 모아주고, 흙과 나무로 만든 서까래는 음의 난반사(亂反射)를 유도해 소리가 또렷하게 들리게 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이 한옥 내부에서 거문고와 가야금을 연주한 소리를 분석한 결과 잔향이 1.2~1.3초간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잔향은 소리가 100만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으로, 잔향이 길면 소리가 풍성해진다. 이보다 큰 보통 250~500석 규모의 공연장 잔향은 1.5~2초로 설계해야 실내악 공연에 적합하다. 한옥 규모가 이보다 작은 점을 감안하면 한옥이 작은 콘서트홀이나 오페라 하우스와 비슷한 음향학적 성질을 가진 셈이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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