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00여 직원 132억 반납
외환노조 "상생위한 결정"…함영주 행장, 노조와 첫 타협
다른 시중은행 노조 "반납 배경 모르겠다"
[ 박한신 / 이태명 / 김은정 기자 ] 외환은행 출신 KEB하나은행 직원들이 올해 임금상승분 2.4%를 회사에 반납하기로 했다. 은행권의 고임금·저효율 임금체계에 대한 논란이 거센 가운데 나온 노조의 첫 임금 반납 사례로, 다른 은행으로 움직임이 확산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KEB하나은행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외환은행지부(외환노조)는 16일 위기 극복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사상생 합의를 통해 임금상승분을 반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외환노조는 이날 “노사 상생만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이라는 데 경영진과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가 적용되는 직원 수는 옛 외환은행 출신 약 6900명이며, 하나은행 출신은 적용되지 않는다. 외환·하나은행이 통합한 KEB하나은행은 두 개 노조를 유지하고 있다.
○외환노조만 임금 반납
KEB하나은행 측은 외환노조의 임금반납 결정과 관련, “저성장·저금리로 인한 은행 수익성 악화에 공감하면서 사실상 임금을 동결하자는 데 합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함영주 행장으로선 취임 2개월 만에 외환노조와 대타협을 이루는 성과를 냈다.
외환노조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지난달 22일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의 산별교섭에서 합의한 올해 임금인상분 2.4%를 반납하기로 했다. 외환은행 출신 직원 1인당 191만원 정도로, 반납하는 총액은 132억원에 이른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임금인상분 2.4% 중 산별교섭 타결 당시 금융노조가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반납하기로 한 0.4%포인트 외에 2.0%포인트를 회사로 귀속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보통 은행권은 연초가 아닌 10~11월께 산별교섭을 마무리하고 이후 개별 은행 협상을 거쳐 해당연도 임금인상분을 확정한다.
은행권에서는 외환노조의 이번 임금 반납이 대기업 여신이 많은 KEB하나은행의 대출 구조와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대기업 부실이 우려되는 가운데 인건비 구조를 선제적으로 조정하지 않으면 조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른 은행으로 확산되나
외환노조의 이번 임금 반납은 은행권의 연공급 임금체계 및 고임금 구조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커진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다른 은행으로 확산되는 신호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KEB하나은행은 “하나노조와도 위기 극복을 위한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두 달 전부터 은행권의 고임금·저 오?임금구조를 개편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왔다. 다른 업권보다 임금은 높지만 성과평가시스템이 정착되지 않아 업무 효율성이 낮다는 것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12일 “앞으로 남은 금융개혁 과제는 금융권의 성과주의 문화 확산”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은행권 경영진은 올 하반기 들어 임금을 줄줄이 반납했다. 지난 9월 금융지주 회장과 주요 시중은행장이 임금 30%를 반납한 것을 시작으로 계열사 대표와 임원들도 10~20%를 내놨다.
하지만 외환노조의 임금 반납이 은행권 전체로 확산될지는 예단하기 쉽지 않다. 국민은행 노동조합 관계자는 “현재 사측과 개별 임금협상 중이지만 임금을 반납할 계획은 없다”며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반납 배경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한신/이태명/김은정 기자 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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