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질적인 요소의 만남과 충돌은 에너지를 분출하는 역동적 공간을 창조해낸다. 동해의 울릉도와 독도 주변 해역처럼 난류와 한류가 만나는 조경수역(潮境水域)에서 황금어장이 형성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무거운 한류가 가벼운 난류를 만나 아래쪽으로 이동할 때 풍부해지는 산소와 플랑크톤은 물고기들을 불러모은다.
인류 역사도 마찬가지다. 특정 지역 문명이 다른 지역과 만나면서 형성된 긴장과 갈등, 협력 관계가 새로운 에너지를 이뤄내고 역동적인 문명의 성장을 불러온 경우가 많았다. 산업과 기술 분야도 그렇다. 고대에 시작된 농업은 철기를 제작하는 금속 기술과 접목하면서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올라갔다. 전통적 가내수공업은 엔진·모터와 접목한 근대적 공장으로 변모하면서 산업혁명으로 발전했다.
이런 양상은 20세기 후반 아날로그가 디지털로 전환하는 정보화 혁명 과정에서도 되풀이되고 있다. 21세기에 들어서는 더 빠르고 광범위하게 확산하고 있다. 세계적 경기 침체와 중국의 급성장으로 험난한 여건에 놓인 한국 기업들이 재도약할 수 있는 역동적인 기회는 아날로그와 디지털, 제품과 서비스의 경계선에서 찾을 수 있다.
스크린골프가 대표 사례다. 스크린골프는 아날로그적 경험과 디지털 기술이 만나는 경계선에서 새롭게 생겨난 사업이다. 골프장이라는 물리적 공간의 경험이 센서와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디지털 기술과 융합해 창조됐다. 우버, 에어비앤비, 카카오택시와 같이 택시나 주택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플랫폼을 활용해 이용 효율성을 높이는 모델도 같은 맥락이다.
유통업계의 화두로 떠오른 옴니채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검색에서 구매에 이르는 소비 의사결정의 전 과정에서 온·오프 융합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 대처하는 디지털 마케팅의 성패가 향후 유통산업의 주도권을 결정할 것이다.
제품과 서비스를 융합하려는 시도도 나타나고 있다. 세계 최대 제조기업 제너럴일렉트릭(GE)이 2020년까지 세계 10대 소프트웨어 회사로 변신하겠다고 밝혔다.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중심으로 주요 판매 제품을 모두 네트워크로 연결하고 공장 가동 상황을 파악·분석·관리하는 소프트웨어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1990년대 한국은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 가자’는 시대정신으로 정보기술(IT) 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었다. 디지털 모바일 스마트가 주요 흐름으로 떠오른 오늘날의 시대정신은 ‘디지털 시대를 선도하자’가 돼야 한다. 그 가능성은 아날로그와 디지털, 제품과 서비스의 경계선에서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김경준 < 딜로이트안진 산업연구본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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