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속한 하늘…이젠 시시때때로 가뭄

입력 2015-11-1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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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진청 '가뭄위험 달력 '공개

가뭄 지속일수 2010년대 38일
2020년대 51일, 2030년대 53일
50일 이상땐 작물에 심각한 피해

내년 경기· 2018년 강원 '위험'
"지역간 가뭄격차 갈수록 커져"

2017년부터 '가뭄 실시간 알림'



[ 고은이 기자 ] 최근 충남지역의 가뭄이 극심한 가운데 내년 겨울엔 경기 남부지역의 가뭄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가뭄은 점점 잦아져 2030년대엔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매년 가뭄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됐다.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은 17일 농경지의 가뭄 위험성을 예상한 ‘가뭄 위험 달력’을 공개했다. 기상청의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자체 토양 수분 예측 모델을 적용, 연도별 가뭄 발생 일수와 최대 지속일수 등을 분석한 자료다.

가뭄 달력에 따르면 내년엔 중서부지역에서 11~12월 가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됐다. 내년 겨울 가뭄은 32일 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측돼 작물 피해가 클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가뭄이 2주(14일) 넘게 지속되면 작물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017~2018년은 가뭄 위험도가 비교적 낮지만 2020년엔 봄·가을 가뭄이 모두 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서명철 식량과학원 농업연구관은 “기상청의 기온, 습도, 강수량, 일조량 시나리오를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미래 가뭄 위험이 올해 못지 않게 높다”고 말했다. 최근 충남 서부권 가뭄 사태 같은 피해가 앞으로도 계속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가뭄을 겪을 지역은 연도별로 달라질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는 충남 서부권이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지만, 내년엔 경기도권, 2018년엔 강원·영남권이 위험도가 높은 지역으로 분류됐다. 2020년엔 수도권과 경북 동부권의 가뭄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농진청 관계자는 “지역 간 가뭄 편차는 점점 커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 국내에서 가뭄의 심각성은 점점 더 커질 것이란 게 식량과학원의 분석이다. 작물에 피해를 줄 정도의 가뭄 위험을 10년 간격으로 예측한 결과에 따르면 2010년도(2010~2019년)엔 10년 중 6년 동안 가뭄을 겪는다. 2020년대엔 가뭄 위험에 노출되는 햇수가 9년, 2030년엔 10년으로 늘어난다. 2030년대가 되면 한국이 매년 가뭄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연간 가뭄 총 일수도 2010년대 평균 38일에서 2020년대엔 평균 51일, 2030년대엔 53일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측됐다. 한 해 가뭄 일수가 50일이 넘어가면 농작물에 심각한 피해가 간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서명철 연구관은 “2100년까지 국내 평균 기온은 4도 오르고, 강수량도 14~20% 늘어난다는 게 기상청 시나리오”라며 “전체 강수량은 늘더라도 한꺼번에 폭우로 쏟아질 가능성이 높아 가뭄 위험은 여전히 크고, 농사짓기엔 더 어려운 환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계속되는 가뭄으로 농작물 작황이 부진해지면 식품 가격이 치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서 연구관은 설명했다.

기후변화와 높아진 가뭄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뭄에 저항성이 있는 작물을 개발해 보급하거나 수로(水路) 등을 개선해 물을 효율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얘기다. 미국 등 농업선진국에선 이미 대형 농업회사를 중심으로 기후변화에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날씨에 따라 실시간으로 토양 정보와 재배 정보를 제공하고, 심기에 적절한 종자와 재배법을 안내하는 식이다.

농진청도 2017년 보급을 목표로 ‘밭작물 농경지 가뭄 위험 알림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농진청 관계자는 “이번에 발표한 가뭄 위험 지도를 기반으로 체계적인 식량작물 대응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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