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경매하듯…공장 중고기계, 온라인 경매로 사고 판다

입력 2015-11-17 18:54  

기계거래소 문연다

25일 첫 경매 돌입
스마트폰으로도 매물 보고 참여 가능

기계 시세 형성 되면 담보대출 활성화될 듯
중소제품 수출도 추진



[ 이현동 기자 ] 17일 경기 시흥시 시화멀티테크노밸리(시화MTV) 산업단지에 있는 한국기계거래소. 대지면적 1만255㎡로 축구장 1.5개 크기인 이곳은 개장 준비가 한창이었다. 창고에는 공작·건설기계 등 각종 중고 설비가 속속 들어오고 있었다. 오는 25일 첫 경매에 나올 제품들이다. 한쪽에서는 직원들이 들어온 기계를 작동해보며 성능 검사를 하고 있었다.

거래소 옆쪽에는 유통 및 수리단지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내년 2월까지 총 76개 업체가 입주할 예정이다.

탁용운 한국기계거래소 대표는 “중고 기계 유통의 중심지로 자리잡을 것”이라며 “해외 바이어 70여명이 개장식 참석 의사를 밝힐 정도로 해외에서도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세계 최초 온라인 경매시스템

한국기계산업진흥회 등이 설립한 한국기계거래소는 경매장과 성능검사장, 애프터서비스(AS)센터 등으로 구성됐다. 기계거래소는 중고차를 경매하듯 유휴설비를 사고파는 곳이다.

믿고 거래할 수 있는 ‘중고기계의 SK엔카’로 만들겠다는 것이 목표다. 세계 최초로 온라인 경매시스템을 구축했다. 누구든 경매인으로 등록하면 컴퓨터와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을 통해 매물을 보고 거래에 참가할 수 있다. 기계거래소는 성능 검사와 부품 공급, 수리, 금융 등을 원스톱 지원한다.

거래 설비엔 센서가 부착된다. 실시간 모니터링을 위한 것이다. 이동 및 가동 현황을 파악해 제품 이력을 관리한다. 이명진 한국기계거래소 부대표는 “분실 우려를 없애 금융권의 기계 담보 대출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계거래소는 이곳을 통해 중고 기계 ‘시세’를 형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동안 설비는 한 번 투자하면 제값을 받기가 어려웠다. 얼마에 팔 수 있는지 가늠할 만한 데이터베이스가 거의 없었다. 일부 브로커들이 중고기계 정보를 독점하고 폭리를 취하기도 했다. 금융권은 자금 회수가 어렵다는 이유로 기계 담보 대출을 꺼렸다.

중고기계 수요자도 어려움이 컸다. 원하는 매물을 찾기가 어려웠다. 자금 지원은 물론, 고장이 났을 때 AS를 받기 쉽지 않았다. 중고거래가 잘 안 되다 보니 새 기계 판매에도 악영향을 줬다.

국내 유휴설비는 급증하는추세다. 기계거래소에 따르면 유휴설비 유통 규모는 2012년 약 6조7000억원에서 올해 약 9조6000억원으로 10조원에 육박했다. 경기 침체가 길어지고 대기업 생산기지의 해외 이전으로 일감을 잃은 중소기업이 늘어난 탓이다.

“해외 수출 노린다”

기계거래소 측은 ‘양질의 매물’ 확보에 총력을 기울隔?있다. 기계거래소는 지난 16일 한국산업단지공단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전국 63개 산업단지 입주 업체의 유휴설비 발굴에 나서기로 했다. 중고 기계를 많이 보유한 한국·효성캐피탈 등과도 손을 잡았다. 중소기업진흥공단과도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다.

보증에도 신경 썼다. 기계설비 담보가치 보장 공제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판매 후 6개월 동안 발생하는 하자에 대해 AS를 받을 수 있게 보증을 제공할 예정이다. 내년에 540억원(1800여건) 정도의 거래를 예상하고 있다. 수출이 궁극적인 목표다. 재고를 없애고 신제품 수출로 연결하는 ‘자물쇠 효과’를 위한 것이다. 개별 유통업체가 취급하기 어려운 전용설비와 중소형 제조라인에 대해서는 직접 수출에 나설 계획이다.

시흥=이현동 기자 gra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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