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로 '금리 보릿고개' 넘자
[ 이태호 기자 ]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질 예금이자가 제로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채권에 관심을 갖는 개인투자자가 늘고 있다. 우량 채권을 잘 골라 투자할 경우 주식처럼 마음을 졸이지 않으면서도 예금을 웃도는 수익을 안정적으로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경기 침체로 기업 실적이 나빠지고 있어 투자에 앞서 신용등급과 투자 위험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금리를 많이 쳐준다고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채에 투자했다가 자칫 원리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채권은 주식만큼 거래가 활발하지 않아 원하는 가격에 매매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높아진 이자수입 ‘갈증’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1조5984억원어치 채권을 순매수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작년 순매수 금액인 1조6742억원을 뛰어넘을 전망이다. 올 하반기 들어 채권금리가 소폭 상승세(채권가격 하락세)로 돌아섰음에도 불구하고 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노린 수요가 꾸준히 유입된 결과다.
지난해 처음으로 국내 시장에 선보인 이른바 ‘코코본드(조건부 자본증권)’가 매수 상위 종목을 휩쓸고 있는 것도 꾸준한 이자수입에 대한 갈증을 반영하고 있다. 코코본드란 신용이 튼튼한 은행이나 금융지주회사가 발행하지만, 조건에 따라 원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는 채권이다. 올해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은 958억원어치를 순매수한 하나금융지주 코코본드(1-2회)는 하나금융지주가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면 즉시 채권금액이 ‘0원’으로 상각된다. 대신 1년에 채권 액면금액의 4.44%에 이르는 금리를 약속하고 있다. 최근 은행 정기예금 이자율인 연 1.5~1.8%(12개월 기준)의 세 배에 가깝다. 연 4.67% 금리를 주는 아시아나항공(76-1회), 5.03%를 주는 대한항공(43-2회)도 인기를 끌고 있다.
주식처럼 손쉽게 거래
채권 매매는 생각보다 간편하다. 주식처럼 증권사 영업점을 방문해 계좌만 개설하면 바로 온라인 매매가 가능하다. 홈트레이딩시스템(HTS)으로 매매하면 최소 액면금액인 1만원 단위로 사고팔 수 있다. 다만 호가가 촘촘하지 못한 경우가 많아 원하는 채권을 매수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에 따라 금융투자협회는 ‘소액채권 판매정보집중시스템(www.bondmall.or.kr)’을 운영하면서 증권사 영업점에서 판매하는 채권을 다양한 조건에 따라 조회하고 매수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채권 투자 시 가장 눈여겨봐야 할 것은 신용등급이다. 한국기업평가 등 신용평가회사들은 일반인이 쉽게 부도 위험을 이해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에 회사채별 신용등급을 공시하고 있다. 투자적격 등급은 ‘AAA’에서 ‘BBB-’까지 총 10단계로 나뉜다. 등급별 평균 금리는 상위 세 번째에 해당하는 ‘AA’ 신용등급이 지난 13일 현재 연 2.2%(만기 3년 기준) 수준이다. 여섯 번째인 ‘A’ 등급은 연 2.9%, 아홉 번째인 ‘BBB’ 채권은 연 6.8%로 뛴다.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A’ 등급 이상의 안전한 업종 회사채 투자를 추천하고 있다.
채권도 주식처럼 시장 여건에 따라 가격이 오르내린다. 일반적으로 시장금리가 오르면 평가손실을, 반대의 경우 평가이익을 본다. 예를 들어 시장금리가 오른 경우 앞서 발행한 액면금액 1만원짜리 국고채가 9900원에 거래될 수 있다. 발행 당시엔 연 2% 금리가 매력적이었다 하더라도 갑자기 예금이자가 3%로 뛴 상황에선 제값(액면금액)을 주고 해당 채권을 사려는 사람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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