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한국 사위'

입력 2015-11-18 18:05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환한 표정으로 암 완치 소식을 전하는 그의 모습이 참 보기 좋다. 한국계 여성과 결혼해 ‘한국 사위’로 불리는 래리 호건 미국 메릴랜드 주지사. 그저께 부인, 딸들과 기자회견장에 나온 그는 “암이 100% 치료됐다”며 “가족에게 감사하고, 다른 암 환자들과 투병을 응원해 준 많은 분께 감사한다”고 말했다.

지난 몇 개월 동안 6차례의 화학 치료를 받는 중에도 그는 밝은 모습을 잃지 않았다. 치료 과정에서 머리카락이 모두 빠진 것도 당당하게 공개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투병 과정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공개했다는 점에서 공직자의 모범”이라고 평가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다른 주지사들도 뜨거운 성원을 보냈다. 민주당 텃밭인 메릴랜드주에서 공화당 출신인 그의 지지율이 60%를 넘는 것도 이런 강인한 이미지 덕분이 아닐까 싶다.

‘한국 사위’의 낭보는 얼마 전 독일에서도 들려왔다. 한국 성악가와 결혼해 다섯 살 난 아들을 둔 디르크 힐베르트 드레스덴 부시장이 압도적인 득표로 시장에 당선됐다. 시장 자유와 친(親)기업 지향의 자유민주당(FDP) 소속인 그는 중도좌파 사회민주당(SPD) 후보를 10%포인트 이상 따돌렸다. 그가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은 비결은 가족사진을 선거 포스터로 내걸고 ‘공존과 포용’ 이미지를 앞세운 것이라고 한다.

그는 2008년 7월 서울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했다가 지금의 부인인 수연 씨를 만났다. 첫눈에 반한 그는 장거리 열애 끝에 결혼에 성공했고, ‘단란한 가정’과 ‘따뜻한 정치’의 균형잡힌 이미지로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다른 분야에도 한국 사위들이 많다. 할리우드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은 ‘케서방’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니컬러스 케이지. 그는 2004년 한 일식당에서 아르바이트하던 스무 살 한국 처녀 앨리스 김과 사랑에 빠져 두 달 만에 프러포즈하고 결혼했다. 아내에 대한 사랑은 영화에도 담겨 있다. 그가 라스베이거스의 마술사로 등장하는 ‘넥스트’의 초반부에 무대로 올라오는 손님이 바로 그녀다. 한국말도 제법 잘하는 그는 “이 장면은 앨리스에게 보내는 연애편지”라고 했다. 한국 여성과 결혼한 인물로 웨슬리 스나입스와 우디 앨런도 있다.

이들이 세계 곳곳에서 사돈 나라인 한국을 홍보하고 자랑스런 모습을 보여주는 걸 볼 때마다 딸을 시집보낸 부모처럼 마음이 둥글어지고 눈빛도 부드러워진다. 세계화 시대다. 곳곳에 사윗감이 널려 있을 법하건만….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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