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러로 원자재값 하락도 원인
[ 이상은 기자 ] 두바이유가 7년여 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30달러대에 진입했다. 공급 과잉이 지속되면서 원유 재고가 계속 쌓이고 있는 데다 달러가 강세를 띠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아졌다.
한국석유공사는 18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현물 거래된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39.64달러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두바이유 현물 가격이 배럴당 30달러대를 기록한 것은 2008년 12월31일 배럴당 36.45달러에 거래된 이후 처음이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텍사스원유(WTI) 최근월물은 장중 한때 배럴당 39.91달러까지 떨어졌다가 소폭 반등해 40.75달러에 마감했다.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은 1.3% 오른 배럴당 44.14달러에 거래됐다.
◆하루 300만배럴씩 재고 늘어
최근 원유 가격이 급락한 것은 공급 과잉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지난해 6월 이후 유가가 떨어지면서 일부 셰일오일이나 심해 유전 개발이 중단되고 있지만,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생산량을 유지해 초과 공급 상태가 계속되면서 여전히 하루 300만배럴가량의 원유가 재고로 쌓이고 있다. 미국의 원유 재고량은 8주 연속 증가했다. 통상 겨울철을 앞두고 재고가 줄어야 하는데,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주에도 재고가 25만2000 瓮?늘었다고 발표했다. “더 이상 원유를 쌓아놓을 공간이 부족할 지경”이라는 보도가 나올 정도다. 과거엔 유가가 떨어지면 OPEC이 생산량을 줄여 가격을 다시 올리곤 했다. 그러나 최근 OPEC을 주도하는 사우디아라비아 고위 관계자들은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감산을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거듭 밝혔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다음달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미 달러화가 강세를 띠는 것도 유가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당장 상대적으로 유가가 낮게 표시되는 효과가 있고, 장기적으로는 신흥국의 원유 구매력을 감소시키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내년엔 공급과잉 일부 해소
업계에서는 내년에도 공급 과잉 국면이 지속되겠지만 올해보다는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 등 비(非)OPEC 국가의 생산 감소폭이 올해보다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EIA는 내년 미국 원유 생산량이 하루 886만배럴로 올해(925만배럴)보다 4.2%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가가 워낙 많이 떨어져 수요도 증가하는 추세다.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연구분석실 팀장은 “저유가로 인한 원유 수요 증가세가 내년에는 다소 둔화하겠지만 그래도 최소 하루 120만배럴 정도는 올해보다 더 소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 팀장은 “내년 유가는 전체적으로 박스권에 머무는 가운데 상저하고(하반기에 상승)하는 추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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