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그룹, 미래 성장전략 차별화 '승부수'

입력 2015-11-19 18:44  

삼성, 비주력사업 잇단 매각…스타트업 투자로 기술 확보
현대차, 강판·물류분야 확대…제네시스 브랜드 강화 심혈
LG, B2B중심으로 체질 개선…SK, 바이오 관련 투자 확대



[ 김현석/송종현/정인설 기자 ] 삼성 현대자동차 LG SK 등 4대 그룹의 미래 전략이 차별화되고 있다. 삼성은 사업 재편을 통해 몸집을 가볍게 하면서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혁신을 꿈꾸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한눈팔지 않고 자동차 한 길만 전문화·집중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LG는 전기차부품·에너지를 미래사업으로 정해 자생적 성장을 추진하고 있다. SK는 에너지 통신 반도체를 3대 핵심사업으로 정하고 필요할 경우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몸집 줄이기 나선 삼성

삼성은 최근 화학·방산사업을 매각했다. 일부 금융계열사 매각설도 나돈다. 삼성생명은 부동산을 팔고 있다. 주력인 전자·정보기술(IT)사업만 남기고 몸집을 줄인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앞으로의 사업환경이 폭발적 성장을 했던 지난 몇 년과는 다를 것이라는 판단에서 나왔다. 삼성전자의 핵심사업인 TV와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는 정체기를 맞았다. 반도체도 내년부터 수요가 毛諍?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시도는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바이오사업은 2020년 매출 목표가 1조8000억원일 정도로 초기 단계다. 수조원을 투자한 전기자동차 배터리사업은 아직 흑자도 내지 못하고 있다.

미래 전망이 어두워지자 삼성은 세계 혁신의 중심 실리콘밸리에 대거 투자하고 있다. 대규모 연구시설(삼성리서치아메리카)을 세우고, 혁신 스타트업 M&A에 나서 삼성페이 녹스 기어S2 등을 개발했다. 이런 전략을 통해 한국뿐 아니라 실리콘밸리 유럽 이스라엘 등 여러 곳에 거점을 둔 진정한 글로벌 IT기업으로 탈바꿈한다는 것이 삼성의 전략이다.

수직계열화에 집중하는 현대차

현대차그룹은 자동차 본연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IT와 접목하면서 자동차가 다시 첨단산업으로 부상하고 있어서다. 몇 년 전까지 현대건설 등을 사들이기도 했지만 최근 매물로 나왔던 현대증권엔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완성차사업을 중심으로 수직계열화에만 힘쓰겠다는 의지다.

현대차그룹은 2004년 현대제철을 통해 고로사업에 뛰어든 뒤 10년 넘게 자동차 강판사업을 키웠다. 이를 통해 세계 완성차업체 중 유일하게 ‘쇳물에서 자동차까지’ 생산하는 체계를 갖췄다. 또 물류 부문의 자동차 운반선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달 고급차 브랜드인 제네시스를 발표해 고급차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프리미엄 자동차를 통해 브랜드 경쟁력을 높여 세계 5위에서 ‘빅3’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다.

전기차 등에서 자생적 성장 꿈꾸는 LG

LG그룹은 전기차 부품과 신재생에恪侈?양대 신성장동력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M&A에 의존하기보다 기존 전자·화학사업을 기반으로 자생적 성장을 꾀하고 있다. 이를 통해 그룹 체질을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에서 기업 간 거래(B2B)로 바꾸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제너럴모터스(GM)에 구동모터를 포함해 11개 전기차 핵심부품을 공급하기로 했다. 신뢰성이 핵심인 모터를 LG가 공급할 수 있었던 것은 가전사업에서 모터 기술을 개발해온 덕분이다. LG전자가 차량용 통신모듈(텔레매틱스) 분야 세계 1위에 오른 것도 무선통신사업을 하며 개발해온 기술을 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태양광 패널도 LG전자의 반도체, LG실트론의 웨이퍼 기술을 융합해 만들었다. LG화학은 일찌감치 전기차용 배터리에 뛰어들어 세계 1위에 올라섰다. LG 관계자는 “진입장벽이 높은 B2B사업을 키워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핵심사업 역량을 높이는 SK

SK그룹은 3대 핵심사업인 에너지, 통신, 반도체사업의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이 지난 8월 사면받은 뒤 반도체에 46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에너지 분야에선 해외 파트너십을 강화했다. SK텔레콤은 특히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CJ헬로비전을 최대 1조원에 인수하기로 해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유공(현 SK이노베이션) 한국이동통신(SK텔레콤) 하이닉스(SK하이닉스) 등 M&A로 커온 기업답게 대형 M&A로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와 함께 바이오, 사물인터넷(IoT), 반도체 소재 및 모듈, 액화천연가스(LNG) 등 4대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SK가 SK케미칼, SK바이오팜, SK바이오텍 등 바이오 계열사를 키우는 데 힘을 쏟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석/송종현/정인설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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