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헌 "김한길·안철수 의견 경청"
손혜원 "당장 시작해도 빠듯 …"
"조기 교체" vs "신중해야" 이견
갈등 커지면 '긁어부스럼' 될수도
[ 손성태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이 당명 개정작업에 들어갔다. 2013년 안철수 신당과 통합한 뒤 논의 자체를 자제해왔지만, 내년 총선을 치르려면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내부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새정치연합 ‘창당 6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는 19일 실행위원회를 열고 당명 개정사업을 하기로 의결했다. 위원회는 앞으로 당명 개정작업과 관련한 논의를 거친 뒤 전국 대의원을 대상으로 ‘당명 개정 필요성’에 대한 여론조사를 시행하기로 했다.
홍보전문가로 영입된 손혜원 홍보위원장은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일치기 현수막이나 해결하려고 인생의 가장 큰 결심을 해 이곳에 온 것이 아니다”며 당명 개정 움직임에 불을 붙였다. 손 위원장은 “당명을 바꾸는 데는 최소 두 달 이상 시간이 걸린다”며 “총선을 앞두고 유권자들이 바뀐 당명을 인지할 시간 등을 감안하면 지금 당장 착수해도 시간이 빠듯하다”고 말했다. 손 위원장은 국민 공모방식을 통해 당명 개정을 추진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반해 창당 6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전병헌 최고위원은 “의원들을 만나 의견 수렴 절차부터 밟아야 하고, 합당주체인 김한길, 안철수 전 대표의 의견도 들어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전 최고위원과 손 위원장이 개정속도와 방법론을 놓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는 것은 당명 개정이 여러 계파가 합쳐진 당내 갈등을 부추길 만큼 ‘휘발성’이 큰 이슈이기 때문이다.
야당은 1987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김영삼 전 대통령과 결별해 평화민주당을 창당한 이후에만 12번 당명을 바꿨다. 이처럼 야당이 여당에 비해 당명 변경이 잦은 이유는 당내 계파 갈등을 봉합하고 여러 세력을 통합하는 등 ‘정계개편’의 명분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당내 신당 움직임을 비롯해 문재인 대표가 안 전 대표와 연대를 추진하는 움직임과 맞물려 당명 개정에는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현역의원을 포함해 당원들은 당명에 반드시 ‘민주’가 포함돼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최근 지도부 회의에서는 ‘새정치민주당’을 새 당명으로 하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이 유력하게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마포에 당사를 둔 원외정당인 ‘민주당’이 이미 상표등록을 마친 데다 ‘신민당’ ‘새시대민주당’ 등 신당이 추진되고 있어 ‘민주’를 조합한 당명 개정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게 딜레마다.
당의 통합 주역인 안 전 대표가 “이름을 바꾸는 것이 본질은 아니다”고 심드렁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변수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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