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서 'IPO 엔진' 꺼지나…상장 예정기업 잇따라 철회

입력 2015-11-20 15:36   수정 2015-11-20 16:13

[ 채선희 기자 ]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증시 입성을 준비하던 기업들이 잇따라 상장계획을 취소하고 있어서다.

중국기업인 차이나크리스탈신소재홀딩스(이하 크리스탈신소재)는 20일 돌연 국내 증시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크리스탈신소재는 완리인터내셔널 이후 4년 만에 국내 증시에 입성하는 중국기업었다.

크리스탈신소재의 상장 철회 이유는 기관의 수요예측이 부진했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의 수요 예측이 부진하면 공모가격이 당초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이 회사의 상장을 주관한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지난 17일~18일 양일간 진행된 기관 수요예측 결과 크리스탈신소재의 경쟁력과 성장잠재력에 부합하는 충분한 관심을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외 불확실성으로 국내 주식시장이 혼조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4분기 들어서 기업들의 상장이 집중됐다"며 "공모주 쏠림 현상이 심화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운용사들이 특정 기간에 집중된 공모주 투자에서 손실이 반복되자 수익률 관리 차원에서 수요예측 시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앞서 핸드백 브랜드 '루이까또즈'로 유명한 태진인터내셔널 역시 적정가치를 평가받지 못한다는 이유로 돌연 상장을 철회한 바 있다.

태진인터내셔날 측은 "당장 자금이 필요해 상장을 준비한 것은 아니었다"며 "향후 시장과 회사 상황 등을 고려해 적정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다고 판단할 때 재공모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공모주 시장 분위기는 썩 좋지 않다"며 "공모가를 웃도는 회사가 거의 없어 이런 분위기에선 안 들어오는게 낫다는 심리가 커지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IPO시장에 대한 우려가 '과도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종경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IPO시장에 대한 투자심리는 여전히 강하다"며 "1~2개 기업들이 상장을 철회했다고 해서 시장 전체의 우려로 키울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연말까지 약 60여개에 이르는 기업들이 상장을 대기하고 있기 때문에 자본 분산에 따른 수요 경쟁률 하락은 어쩔 수 없다는 지적이다.

또 자진 상장 철회를 결정한 기업들이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문제가 있는게 아니라 보다 나은 평가를 받기 위해 미룬 것이므로 마냥 나쁘게만 볼 건 아니라고 내다봤다.

이날 상장을 철회한 크리스탈 신소재 역시 여전히 국내 증시 입성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크리스탈신소재 관계자는 "지난 9월말 상장예비심사가 승인됐으므로 상장할 수 있는 기간은 3월까지 가능하다"며 "올해 3분기 실적에 대한 회계법인 검토보고서를 첨부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후 12월~내년 1월께 다시 상장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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