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경주의 '철인경기' 월드랠리챔피언십
F1과 양대 모터스포츠 WRC…서킷 아닌 빙판·사막 등서 질주
현대차, 랠리카 i20 올해 3위…"내년 꼭 폭스바겐 제치고 1위"
[ 박준동 기자 ]
월드랠리챔피언십(WRC)은 포뮬러원(F1)과 더불어 세계 모터스포츠의 양대 산맥으로 불린다. 한국에선 이제 관심을 모으는 단계이지만 유럽 미국 등지에선 수많은 관람객이 모이는 인기 자동차 경주다.
같은 모터스포츠지만 WRC는 F1과는 성격이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우선 차가 다르다. F1 출전 차량은 스피드를 극대화하기 위해 특수 제작된 차량이지만 WRC 랠리카는 양산차를 기반으로 한다. 양산차 엔진을 기본으로 하고 개조해서 랠리에 나선다. 기량을 겨루는 무대도 다르다. F1 대회는 서킷에서 치러진다. 따라서 관중석이 별도로 설치된다. 그러나 WRC는 일부만 포장도로에서 경기가 진행되고 대부분은 자갈밭, 빙판길, 활주로, 산악지대, 사막 등에서 치러진다. WRC가 ‘자동차 경주에서의 철인경기’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이유다. 관중석이 따로 없고 벌판이나 언덕이 관중석이 된다.
100년 넘게 이어진 지옥 레이스
WRC는 1911년 몬테카를로에서 시작됐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각국이 돌아가면서 대회를 열었다. 대회는 A그룹과 B그룹으로 나뉘어 진행했다. 1986년 B그룹 대회에서 대형 사고가 생긴 이후 B그룹이 없어지고 단일 그룹 대회로 바뀌었다. 올해 대회는 13개국을 순회하며 열렸다. 첫 대회는 모나코에서 개최됐다. 스웨덴 이탈리아 포르투갈 폴란드 멕시코 독일 스페인 영국 등지에서 열렸다. 내년부턴 중국이 추가돼 14개국에서 열린다. 출전 차량은 배기량 1.6L 터보차저 엔진을 탑재해야 한다. 중량은 두 명의 드라이버가 탑승한 후 1360㎏을 넘어야 한다.
글로벌 자동차회사의 기술 경연장
13개국을 돌면서 열리는 각 랠리는 3일간 이어진다. 10~20여개 구간을 통과하며 걸린 시간을 측정해 순위를 매긴다. 각 구간의 길이는 20~30㎞ 정도다. 랠리가 진행되는 도중엔 안전을 위해 각 도로가 폐쇄된다. 각 구간은 가장 짧은 시간에 들어오는 팀이 가장 높은 점수를 획득한다. 각 랠리에 통상 100여개 팀이 참여하는데 점수는 10위까지에만 주어진다. 피니시 라인을 가장 먼저 끊은 1위엔 25점이 주어지고 10위엔 1점이 돌아간다. 참여 팀은 100여개지만 이 중 실질적인 경쟁은 네 개 팀이 펼친다. 2015 시즌엔 현대자동차, 폭스바겐, 시트로엥, 포드 등 네 개 업체가 참여했다. 도요타는 2017년 참여를 선언한 상태다.
현대차 뺙?1위 목표 내걸어
현대차는 지난 15일 영국에서 끝난 ‘2015 WRC’에서 종합 3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4위에서 한 계단 올라섰으며 출전 2년 만에 선두권 진입에 성공했다. 현대차가 올해 좋은 성적을 올렸지만 그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2000년 처음 WRC에 출전했으나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2003년 철수했다. 투자비용 대비 효과가 미미하다는 혹평도 받았다.
현대차는 수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2012년 9월 복귀를 선언하고 같은 해 12월 독일에 현대모터스포츠법인을 세웠다. WRC 51회 우승 경험이 있는 프랑스인 레이서 미셸 난단을 2013년 1월 총감독으로 선임하고 WRC 팀을 구성했다. WRC 팀은 3도어 소형 해치백인 i20을 기본으로 1.6L 터보차저 엔진을 탑재한 랠리카를 제작했다. 300마력에 6000rpm을 갖춘 고출력 자동차가 탄생했다.
현대차는 처녀 출전한 지난해 독일 랠리에서 첫 1위를 기록했다. 멕시코 포르투갈 폴란드 등의 랠리에서도 부문별 1~2위 성적을 거뒀다. 지난해 종합 순위는 4위. 올해는 초반부터 폭스바겐, 시트로엥과 함께 선두권을 유지하면서 치열한 순위 다툼을 벌이며 3위 달성에 성공했다.
현대차는 이미 2016 시즌 준비에 들어갔다. 지난 9월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신형 i20을 기반으로 한 신형 랠리카를 공개했다. 이 랠리카의 실도로 주행 테스트를 사실상 마무리 지었으며 지금은 최종 점검 단계에 있다. 최규헌 현대모터스포츠법인장은 “신형 랠리카는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킨 만큼 내년엔 폭스바겐을 제치고 1위를 달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리버풀(영국)=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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