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유일신 vs 유일신의 문명충돌…순교하면 천국보상…허망한 테러

입력 2015-11-20 21:37  

Cover Story - 프랑스 테러…문명·종교에 의문을 던지다



영국을 대표했던 음악밴드 ‘비틀즈’의 존 레논은 이렇게 노래했다. “상상해보라. 종교가 없는 세상을…” 존 레논은 종교가 빚어내는 온갖 불행을 없애야 한다고 호소했지만, 희망은 이뤄지지 않았다. 노래는 노래였일 뿐이다. 종교 없는 세상은 없다. 물론 종교가 있다고 해서 세상이 지옥인 것은 아니다. 종교를 믿는 사람 중에도 착한 이, 마음이 따뜻한 이, 가난한 자를 돕는 이, 아픈 자를 치료해주는 이가 많다. 종교의 종류를 불문하고 그렇다.

‘이교도를 없애라’는 신

하지만 종교가 ‘신(神) vs 신(神)’ ‘이단 vs 이단’의 대립구도로 설정되면 비극은 보다 많아진다. 타협 불가이고, ‘너 죽고 나 살자’로 돌변하기 일쑤다. 불교와 유교에선 덜 하지만 기독교와 이슬람의 충돌은 자주 유혈 사태를 부른다. 십자군 원정과 이슬람 제국의 폭력은 모두 ‘신의 이름으로’ 저질러졌다. 보복은 또 다른 보복을 불렀다. 미국 911 테러와 최근 벌어진 프랑스 파리 테러 역시 역사적막?종교 충돌의 연장선에 있다.

기독교와 이슬람은 왜 충돌할까. 유일신 때문이라는 비평이 많다. 기독교와 이슬람은 각각의 신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스라엘이 믿는 유대교도 마찬가지다. 각자의 유일신은 신도들에게 다른 우상을 섬기지 말라고 경고한다. 야훼(유대교), 알라(이슬람), 예수그리스도(기독교)는 이교도와 다른 종족을 혹독하게 다룬다. 구약성서, 신약성서, 코란은 이것을 숨기지 않는다.

예를 들어 보자. 구약성서 레위기와 신명기에 이스라엘 민족을 막는 이교도와 다른 종족들을 구체적으로 거명하면서 제거할 것을 명한다. “숨쉬는 것은 하나도 살려 두어서는 안된다. 주님이 명하신대로.” 이쯤 되면 ‘신은 관대하다’는 거짓이 된다. “구약성서에는 집단공격과 파괴, 살상에 대한 이야기가 600군데 넘게 나온다. 야훼가 폭력적 처벌을 집행하는 대목이 1000군데 쯤 된다.” 성서학자 라이문트 슈바거의 조사결과다.

신이 이럴진대, 이를 믿는 인간은 현세에서 어떤 성향을 보일까. 신의 명령대로 하려면 이교도는 복속대상이다. 종교가 폭력성을 띠는 이유다. 신약은 구약보다 평화롭다고 한다. 하지만 마태복음에 이렇게 씌여 있다. ‘나는 평화가 아니라 칼을 주러왔다.’ 이후 기독교는 고문과 화형, 마녀사냥, 십자군 원정으로 피를 불렀다.

세계는 알라의 것

코란 역시 알라를 믿지 않는 자들에 대한 저주를 담고 있다. ‘신은 불신자의 적이다’ ‘세계는 알라신의 것이다’ ‘불신자를 발견하면 장소를 불문하고 죽여라’ ‘저들이 너희들?공격하면 저들을 창끝에 매달아라’ ‘유일한 믿음은 이슬람이다’‘천국은 칼로 이뤄진다’ 더 심한 문구가 많다. 유일신을 추구하는 종교의 경전이 이런 정도면, ‘이슬람과 서방의 갈등은 문명의 충돌’이라고 말한 새뮤얼 헌팅턴의 주장은 성립하고도 남는다. 중립적인 무신론자들이 보기에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의 신은 시기하고, 용납 못하고, 복수심에 불타고, 인종차별 하고, 학살을 자행하는 난폭자로 비칠 가능성이 높다.

여기까지 온 김에, 신은 존재하는가에 대한 물음까지 가보자. 신의 존재 여부에 대한 생각은 4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유신론자, 이신론자, 범신론자, 무신론자다. 유신론자는 초자연적 지성을 믿는다. 이 지성은 우주를 창조했고, 기도자에게 응답하고 죄를 용서하거나 처벌하고, 기적을 이루고, 언제 선행과 악행을 행하는지 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종교인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신론자는 초자연적 지성을 믿지만, 그 지성이 우주를 지배하는 법칙을 설정하는 일에만 관여할 뿐, 인간사에 개입하거나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유신론자와 다르다. 범신론자는 초자연적인 신을 믿지 않지만 신이라는 단어를 자연이나 우주 또는 우주의 법칙을 가리키는 단어로 쓴다. 무신론자는 신은 없으며 인류는 찰스 다윈의 자연선택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본다. 여러분은 어느 쪽인가.

순교와 천국보상 ‘믿음’

순교에 대해 우리는 비판적이어야 한다. 최근 무장한 이슬람 과격단체들은 순교를 하면 자신은 물론 가족들이 알라신 곁으로 가게 된다고 꼬득인다. 코란은 ‘자신을 캇デ舊?말라’고 하면서도 지하드(성전)은 의무라고 가르친다. 신에 대한 의무가 모든 것을 보상한다고 믿는 믿음이 순교를 통한 천국 보상으로 이어지는 한 서방과 이슬람의 문명 충돌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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