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침팬지

입력 2015-11-22 18:03  

권영설 논설위원 yskwon@hankyung.com


침팬지는 사람과 많이 닮았다. DNA가 인간과 1.6%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보고(재러드 다이아몬드 UCLA 교수)도 있다. 침팬지가 사람과 가장 친근한 동물로 인식된 데는 미국 드라마 ‘타잔’의 힘이 컸다. 여기에 나오는 침팬지 ‘치타’는 세계적 스타였다. 3세 때인 1934년부터 33년간 타잔에 출연했고 80세인 2011년 사망했다. 침팬지 평균수명의 두 배를 살았다.

실제 침팬지를 인류와 더 가깝게 만든 사람은 제인 구달이다. 구달은 1960년대부터 아프리카 곰베 침팬지 보호구역에서 살았다. 침팬지들이 도구를 사용한다는 것을 처음 밝혀냈고 서열 다툼, 짝짓기, 육아, 성장 등의 습성을 자세히 관찰하고 보고했다. 연구를 10년 이상 진행한 다음에는 예상외로 침팬지가 폭력성이 강하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사람들이 친근하게 느낀다는 것은 동물로서는 불행한 일이다. 동물원이나 서커스단에 침팬지 수요가 늘면서 많은 침팬지가 포획됐다. 유전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인간과 아주 비슷하기 때문에 임상시험에 침팬지가 이용되기도 했다.

침팬지를 인간처럼 키워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실험도 있었다. 1973년 허버트 테라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가 주도했다. 그는 침팬지가 인간과 함께 살며 수화를 배울 수 있는지를 실험했다. ‘언어가 인간만의 고유한 특성’이라는 언어학자 놈 촘스키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에게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그래선지 어린 침팬지 이름을 ‘님 침스키’로 붙였다.

님은 생후 2개월 만에 뉴욕 맨해튼의 라파지 가족에 입양됐다. 님은 우아한 저택에서 가족과 함께 지내며 인간 아이처럼 자랐다. 옷도 음식도 침대도 사람이 먹는 그대로였다. 님은 미국식 수화를 배우고 어휘도 익혀 갔다. 그러나 세 살 되던 해 야생성이 고개를 들자 가족들이 파양을 원했고, 연구비 확보도 어려워져 4년 만에 프로젝트는 종료됐다. 님은 동물보호소에서 스물일곱 살로 죽었다.

침팬지가 실험실에 들어가는 일은 이제 없어지게 됐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그동안 연구용으로 남겨뒀던 50마리를 보호구역으로 돌려보내기로 했다고 지난주 발표했다. 이에 앞서 미 야생동물보호청(USFWS)은 지난 6월 모든 침팬지들이 멸종 위기에 처했다고 선언했다. 의학 연구는 물론 서커스나 방송에 동원되거나 애완용으로 거래하는 일들이 모두 금지된다. 이제 새로운 ‘치타’나 ‘님 침스키’는 나오기 어렵게 됐다. 그게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권영설 논설위원 yskw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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